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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보다 훨씬 저렴하고 실용적…'벌레의 지능' 탐구하는 사람들[테크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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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지능 역공학'으로 구현한 AI
초대형 AI보다 수천배 저렴하지만
산업계에 적용하기엔 훨씬 효율적

인공지능(AI) 과학자의 목표는 대개 '사람 같은 기계'로 귀결됩니다. 오픈AI, 구글 딥마인드 등 유명 AI 연구 업체들이 경쟁 중인 '범인공지능'의 개발도 결국 인간과 유사하면서도 인간을 뛰어넘는 기계 지능을 만들고자 함입니다.


꿀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꿀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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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혀 다른 곳에서 영감을 얻는 발명가들도 있습니다. 굳이 AI가 인간 지능을 따라잡아야 할까요? 훨씬 가볍고 저렴한데다 실용적이기까지 한 '벌레 지능'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100조 매개변수' AI 향해 달리는 빅테크들

현재 인공지능(AI)은 '인간 두뇌' 수준을 목표로 한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현재 인공지능(AI)은 '인간 두뇌' 수준을 목표로 한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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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수많은 AI 기술이 '인간 두뇌'를 목표로 삼습니다. 우리의 두뇌는 860억개의 뉴런으로 이뤄져 있고, 각 뉴런에는 정보 전달 창구인 '시냅스'들이 붙어있습니다. 사람 뇌의 시냅스 총량은 100조개에 달합니다.


AI 신경망의 경우 매개변수(Parameter)가 시냅스 역할을 합니다. 지금껏 고성능 AI는 인간 지능을 따라잡기 위해 최대한 매개변수를 늘려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최신 AI 모델들은 조단위의 매개변수를 보유합니다.


하지만 AI의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수록 훈련, 추론 비용도 커집니다. 데이터센터에 집적해야 할 고성능 프로세서 개수가 늘어나면서 전기, 발열 관리 비용도 커집니다. 이미 AI 데이터센터가 소모하는 전기, 땅값을 두고 세계 여러 지역에서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AI, 꼭 초대형 모델이어야만 할까…'벌레'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AI가 꼭 '인간의 지적 수준'에 도달해야만 할까요? 인간은 지구에 서식하는 동물 중에서도 매우 고차원적인 존재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사냥하거나 번식하는 수준을 넘어,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추상적 사고를 하는 데 능숙한 생물입니다. 만일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로봇이 특정 노동의 자동화 정도라면, AI가 굳이 인간을 따라잡을 필요는 없을 겁니다.


옵테란은 꿀벌처럼 작은 곤충 수준의 지능을 목표로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미지출처=옵테란 홈페이지]

옵테란은 꿀벌처럼 작은 곤충 수준의 지능을 목표로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미지출처=옵테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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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관심을 '인간 지능'에서 '벌레 지능'으로 옮긴 사람들도 있습니다. 2020년 영국 셰필드대에서 탄생한 스타트업 '옵테란(Opteran)'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기업은 꿀벌의 두뇌를 '역공학'해 자율 주행 드론에 응용한 세계 최초의 기업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인간의 뉴런 개수는 860억개에 달합니다. 벌의 뇌는 고작 100만개에 불과합니다. 인간에 비하면 극히 원시적인 수준의 두뇌만 갖고도 벌은 복잡한 환경에서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선별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회귀 본능도 갖췄지요.


즉, 꿀벌 수준의 AI만 만들어도 산업계의 니즈 대부분은 충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벌레의 뇌가 작동하는 원리를 컴퓨터로 구현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을 구현하고 접목하는 비용은 수천배 이상 저렴해집니다.


인간보다 단순하지만, 훨씬 민첩한 벌레

'벌레 지능'의 장점은 비단 비용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앞에서 예시로 든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눈으로 선별하고 위치를 인식하는 능력'은 현재 컴퓨터 비전 연구의 뜨거운 감자인 'SLAM(위치 측정 및 동시 지도화)'에 속합니다. 자율주행차량부터 로봇 청소기에까지 이식되는 분야입니다.


기존의 SLAM은 비싼 첨단 센서로 자기 주변의 환경을 '고해상도 지도화'한 뒤, 그 안에서 AI를 이용해 자기 위치를 인식하고 경로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하드웨어는 물론,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셋의 용량과 AI 크기 모두 매우 부담스러운 고성능 모델입니다.


SLAM 맵핑의 예시. 센서를 이용해 로봇의 주변 환경을 3D 지도로 만든다. 과정 자체가 복잡하며 방대한 양의 데이터 학습을 요구한다. [이미지출처=유튜브 캡처]

SLAM 맵핑의 예시. 센서를 이용해 로봇의 주변 환경을 3D 지도로 만든다. 과정 자체가 복잡하며 방대한 양의 데이터 학습을 요구한다. [이미지출처=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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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옵테란이 개발한 꿀벌 지능은 SLAM보다 훨씬 작으면서도 유사한 성능을 냅니다. 덕분에 훨씬 '민첩'합니다. 즉, SLAM을 탑재한 로봇은 거대한 소프트웨어를 처리하느라 행동에 제약이 생깁니다. '반응 속도'가 줄어든다는 거지요. 하지만 꿀벌 지능은 훨씬 작고 간단하기에 즉각적인 움직임이 가능합니다. 언제든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비좁은 물류센터나 공장 내부에 훨씬 적합하다는 뜻입니다.


자연의 역공학…기초 과학 연구가 보여준 가치

꿀벌 지능은 생태계가 지난 수억년에 걸쳐 만들어낸 '자연 알고리즘'의 효율성을 보여줍니다. 벌레들은 핀셋 크기만도 못한 작은 두뇌로도 생존에 필요한 거의 모든 행위를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또한, 벌레 지능은 새로운 산업 분야를 창출하는 데 있어 '기초 과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옵테란은 셰필드대 컴퓨터 공학과의 한 독특한 프로젝트에서 시작됐습니다. 곤충이 어떻게 세상의 자극에 반응하는지 10년간 탐구해 왔고, 그 결과 곤충의 두뇌 정보 처리 과정을 컴퓨터로 모방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겁니다.


혁신은 사소한 호기심에서부터 시작되곤 합니다. 옵테란의 CEO인 데이비드 라잔은 공학 전문 매체 '디 엔지니어'와의 인터뷰에서 "최첨단 자율성을 보고 싶다면 실리콘 밸리가 아니라 정원을 봐야 한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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