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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버냉키, 두번째 임기 평탄하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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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내년 1월31일 임기 만료를 앞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연임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의 연임은 최선책이라기보다 차선책으로 여겨진다. 버냉키 의장에게 지지를 보내서가 아니라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그를 지켜는 미국인이 대부분이라는 것. 금융위기의 상처가 채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일관성을 잃을 경우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다.
아울러 연임에 대한 찬성과 별개로, 버냉키가 생각하는 미국의 자산 버블 리스크, 출구전략 시기, 중앙은행의 역할론 등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아 그의 두 번째 의장직이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출구전략 시기 놓고 입씨름= 버냉키 의장은 출구전략과 관련해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그는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급진적인 방법보다는, 미세조정을 통해 유동성 공급 속도를 조절해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전문가들은 현 미국 경제의 상태와 버냉키 의장의 태도를 미루어 연준이 내년 이후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준이 최근 유동성 회수 방안으로 역환매조건부 채권매매를 소개하고, 이를 시장에서 테스트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3일 연준은 이를 통해 국채 1억8000만 달러 어치를 매각했다. 연준은 그러나 ‘이는 통화 정책적인 의미가 없다’며 출구전략으로 해석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좀 더 적극적으로 선제적 유동성 회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동성 공급이 시장에 효과를 나타내는데 수개월이 소요됐듯 유동성 회수에서도 마찬가지일 텐데, 인플레이션 신호가 감지됐을 때에는 이미 늦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금리 인상 옹호론자 토마스 호닉 켄사스시티 연방은행 총재, 케빈 워시 연준 이사 등이 이같은 편에 서있다.

특히, 이들은 과거 연준이 버블 조짐을 무시한 채 팔짱한 끼고 서 있다 미국 경제를 도탄에 빠뜨린 전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연준이 2001~2003년 시장에 과잉 유동성을 공급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과 버냉키 현 의장의 잘못된 판단이 치명적인 신용·부동산 버블을 만들어냈다고 성토했다.

◆자산 버블 우려 고조= 청문회에서 연준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 공격을 받자, 버냉키는 버블이 위협이 된다면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원론적인 입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 더군다나 버냉키는 미국 경제가 버블 상태가 아니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했다. 이 때문에 연준이 버블 리스크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또 해외자산버블에 대한 무관심한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청문회에서 그는 미국의 저금리가 해외 자산 버블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에 '연준 책임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해외 자산 버블이 터져 위기가 발생할 경우, 미국도 피해를 비껴나갈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버냉키의 태도는 무책임하기 그지없다는 지적이다.

연준이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할 경우, 약달러와 이로 인한 달러 트레이드, 그 결과 나타나는 신흥국 자산 버블을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을 비롯한 버블 리스크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만약 버블이 터지면서 제2의 위기가 닥칠 경우,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또한번 전세계 경제를 도탄에 빠뜨린 주범으로 지목될 것이라는 점을 버냉키는 기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흔들리는 연준의 입지= 금융권 감독 권한에 관해서 버냉키는 연준이 보다 강력한 파워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금융개혁안이 연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는데 대한 연준 수장으로서의 반발이다.

그러나 사실 버냉키에게는 강력한 감독권한을 요구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버냉키 그 자신은 시장 자유론자로 금융위기 이전까지 파생상품을 남발하고 과도한 레버리지, 그림자 금융시스템, 모기지 대출 급증 등으로 금융위기에 혁혁한 성과를 올린 전적이 있기 때문. 금융위기의 파도가 미국 경제를 덮치기 직전인 지난 2007년 5월17일 버냉키는 “서브프라임 시장에는 이상이 없다”고 공언했다.

미국의 실업률이 10%를 넘어서기 5개월 전인 지난 5월에는 “실업률이 10%는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해 연준이 지나친 낙관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달 초 상원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개혁안에 따르면 연준의 개별은행들에 대한 긴급 대출 권한을 박탈, 은행권 감시 및 소비자 보호 권한을 없애고 본연의 기능인 통화정책에만 집중하도록 하고 있다. 대표적인 반-버냉키파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은 “계속 게임에서 지기만 하는 풋볼 코치에게 더 이상 게임을 맡길 수 없다”며 “미국 경제엔 새 코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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