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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상 공정성 논란'의 진짜 핵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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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십수년간 이어진 공정성 논란으로 권위를 잃은 지 오래인 대종상이 다음달 6일 시상식을 앞두고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발단은 지난 21일 영화제 사무국이 발표한 후보 명단에 미개봉작인 장나라 주연의 ‘하늘과 바다’가 작품상, 여우주연상, 음악상, 신인여우상 등 4개 부문에 오른 것이었다. 칸국제영화제 수상작인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여우조연상을 제외하고 작품상과 감독상, 남녀 주연상 부문에서 모두 제외된 상태였다.
여기에 남녀 주연상에 지난 1년간 가장 두각을 보인 배우에 속하는 송강호·하지원이 빠져 공정성 시비는 더욱 확산됐다. 논란의 핵심은 '하지원 대신 왜 장나라냐'는 것으로 집중됐다. 이에 대종상 사무국 측은 "한 배우가 출연한 다수의 작품이 출품될 경우 표가 갈릴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 점은 하지원 측도 받아들인 부분이다.

하지원이 소속사를 통해 밝혔듯 이번 논란이 특정 배우에 대한 옹호가 또 다른 배우에 대한 상처로 이어지는 것은 핵심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하지원의 연기가 뛰어나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 반면 장나라의 연기가 뛰어나다고 보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존중해야 한다.

◆ 아카데미상은 어떻게 후보를 선정하나?
그렇다면 이번 논란의 핵심적인 문제점은 무엇일까.

전통과 권위, 신뢰를 두루 갖춘 영화상이 전무한 국내에서 대종상은 가장 오래된 데다 비영리단체가 주관하는 거의 유일한 대규모 영화 시상식으로 꼽힌다. 국내의 대규모 영화 시상식은 대개 방송사나 신문사가 주최하고 있다.

대종상 시상식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미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카데미상은 5800여명의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회원이 두 번의 투표를 거쳐 후보자(작)와 수상자(작)를 결정한다.

AMPAS 회원은 작가, 배우,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 음악감독, 미술감독, 편집기사 등 영화 각 분야에 이른다. 후보 선정 투표 시에는 각 회원이 오로지 해당 분야에만 투표할 수 있다. 감독은 감독 부문만, 배우는 배우 부문만 후보를 선정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수상자(작) 투표 시에는 전 부문에 걸쳐 투표할 수 있다.



◆ 예심심사위원회, 무엇이 문제인가?

대종상 예심은 10인으로 구성된 예선심사위원회(김갑의, 김영호, 이경수, 이철혁, 박경원, 박창호, 이윤정, 변성찬, 김문옥, 김형종)가 담당하고, 본심은 본심위원회와 100인 이내 일반심사위원이 함께 맡는다. 예심위원은 본심위원을 겸임할 수 없다.

연간 100편 내외의 영화가 제작되는 국내 영화를 심사하기에 예심심사위원회의 10인은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다. 작품 수가 많고 심사위원단 수가 적을수록 공정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개개인의 자질이나 능력을 논의하기 이전에 이들의 조합이 한국영화계를 대표할 수 있을 만한 집단이라는 점도 검증된 바 없다.

올해 대종상 후보 명단의 문제점 중 하나는 예심심사위원회의 심사 가치 기준이나 방향성, 예술관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종상 측은 "작품의 완성도가 높지만 제작 여건상 대형제작사나 배급사에 밀려 개봉이 미뤄지거나 제작사의 상황에 따라 상영이 종종 미뤄지는 경우가 있다"며 "작품의 완성도가 높고 배우의 연기가 돋보인다면 개봉이 미뤄지거나 개봉 예정인 작품 모두 다 출품을 할 수 있고 수상내역에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대종상 출품작 54편 중 미개봉작은 '하늘과 바다'가 유일하다. 작품만 좋다면 후보에 오르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또한 나머지 53편의 작품 중 '완성도가 높고 배우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박쥐'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미쓰 홍당무' 등이 거론되지 않을 이유도 충분치 않아 보인다.



◆ 대종상, 기준도 방향도 없다

예심심사위원회의 종잡을 수 없는 심사 기준은 신인감독상 부분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킹콩을 들다' '똥파리' '작전' '여름, 속삭임' '영화는 영화다' 등 작품 성향이 들쑥날쑥하다. '미쓰 홍당무' '불신지옥'은 빠졌다.

작품상 후보만 보더라도 '하늘과 바다'를 제외하면 '국가대표' '마더' '신기전' '해운대' 등 흥행작들로만 채워졌다. 흥행작 위주로 채울 요량이었다면 작품상 후보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신인감독상 후보에 '과속스캔들' 강형철 감독이 포함됐어야 한다.

한 배우의 작품이 다수 출품되면 표가 갈려 후보에 오르지 못할 수 있다는 사무국 측의 설명도 후보 명단을 보면 더욱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정재영은 주연작으로 분류된 '김씨표류기' '신기전' '강철중: 공공의 적 1-1' 중 '신기전'으로 '박쥐' '놈놈놈'의 송강호를 제치고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정재영이 송강호보다 연기를 못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세 작품으로 나뉜 정재영이 두 작품의 송강호보다 불리한 것만은 사실이다.

또 강지환은 '영화는 영화다' '7급 공무원' 중 후자로 신인남우상 후보에 올랐다. 강지환은 이미 전자를 통해 여러 개의 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7급 공무원'의 강지환에 점수를 준 것에 비해 이 영화는 다른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홀대당했다.

대종상은 지난 46년간 가장 오래된 영화상으로서 가장 많은 논란을 낳으며 최근 들어서는 거의 매해 언론과 대중의 질타를 받고 있다. 시행착오와 노하우는 전통의 또 다른 이름이다. 국내 대표적인 영화상으로 46년간 군림했다면 이제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전통과 권위, 신뢰라는 이름으로 맞바꿔야 할 때다. 그게 아니라면 모범을 좇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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