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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K재단 기부금, 뇌물 아니다. 단, 롯데는 제외”...이유는?

최종수정 2018.02.14 10:57 기사입력 2018.02.14 10:57

[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인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은 뇌물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위세를 앞세워 기업들에게 뜯어낸 돈(강요죄의 피해액)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국정농단 사건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전날(13일) 진행된 최순실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설립 및 모금’ 과정에 적용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와 강요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반면 뇌물죄에 대해서는 무죄판단을 내렸다.

두 재단에 모두 합쳐 774억원의 돈을 낸 30여개 재벌기업들은 일제히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더 이상 범죄자인 뇌물 공여자가 아니고 권력의 ‘강요’에 억울하게 돈을 빼앗긴 ‘피해자’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은 지난 5일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결과와 상당부분 일치하는 취지의 판결을 받아들면서 향후 진행될 재판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낸 70억여원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2년6월,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롯데가 낸 재단 출연금은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호텔롯데 상장이라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전달한 뇌물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뇌물공여자’와 ‘강요행위의 피해자’로 판단이 갈린 기준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구체적 현안의 존재’다. 돈의 전달처가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공익재단인 만큼 돈을 낸 것 자체로는 문제 삼을 수 없고 구체적 대가관계가 성립하는 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똑같이 삼성이 제공한 돈이지만 사실상 최순실 개인회사인 ‘코어스포츠’에 전달된 승마지원액 70억원을 뇌물로 인정한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재판과정에서 특검은 ‘삼성에게 9가지 현안이 있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4가지는 당시 이미 해결된 사안이고 나머지 5가지는 묵시적·명시적 청탁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롯데는 “호텔롯데의 성공적인 상장, 상장을 통한 피고인의 지배권 강화”와 “월드타원 면세점 특허취득” 라는 구체적인 현안이 존재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두 번째는 ‘안종범 수첩’의 증명력이다. 이날 재판부는 ‘안종범 수첩’에 대해 간접적·정황증거로 증명력을 가진다고 봤다. ‘수첩’ 하나로는 어떤 사실을 직접 증명하지는 못하지만 다른 증거들과 함께 입증할 수는 있다는 것이었다.

대형로펌 소속 중견변호사 B씨(사법연수원 30기)는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는 ‘수첩’의 기재사항외 다른 증거들이 없는 반면 롯데의 경우 ‘수첩’외에 ‘말씀자료’, 롯데 관계자들과 국세청 관계자들과의 대화 등 다른 증거가 있다는 것이 결정적인 차이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출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최순실이 SK그룹에 요구한 89억원도 같은 판단이 내려졌다. 최재원 부회장의 가석방이라는 현안이 있었고, SK측이 여러차례 거론했다는 것이 '안종범 수첩' 외 다른 증거들을 통해서도 입증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판 여론도 적지 않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과정 역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동의’라는 구체적인 현안이 존재했고, 실제로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판부의 판단에 의구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결국 이 같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관련 사안을 모두 모아 대법원이 일률적이고 체계적으로 해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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