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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의 휴먼 피치] 이 모습, 러시아서도 보고 싶다면

최종수정 2017.09.06 19:23 기사입력 2017.09.06 11:26

우즈베크전 0대0 비겨 조 2위<br>내년 본선행 가까스로 확정<br>1986년 이후 아홉 번 연속 진출<br>申감독 소극적…수비도 불안<br>이청용 등 유럽리거 재평가 필요<br>김민재 등 새 얼굴 발굴도 숙제

축구대표팀이 6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신태용 감독을을 헹가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한국 축구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위업을 이뤘다. 그러나 상처뿐인 영광이다.

축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우즈베크와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4승3무3패(승점15)로 이란(6승4무, 승점22)에 이어 2위로 본선에 직행했다. 이로써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9회 연속, 1954년 스위스 대회까지 포함하면 통산 열 번째 월드컵에 나가게 됐다. 9회 연속 진출은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 209개국 중 브라질(21회), 독일(16회), 이탈리아(14회), 아르헨티나(11회), 스페인(10회)에 이어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우즈베크와의 경기는 살얼음판이었다. 이겨야 자력으로 월드컵에 진출하기에 공격적인 축구를 기대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황희찬(21ㆍ잘츠부르크)이 전반 2분 날린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리는 등 초반에 잠깐 반짝하기는 했다. 하지만 곧 우즈베크에 주도권을 내주고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맞았다. 후반 18분 권창훈(23ㆍ디종FCO)을 빼고 염기훈(34ㆍ수원)을 넣은 뒤 공격이 다소 살아났다. 후반 45분 이동국(38ㆍ전북)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고도 득점하지 못했다. 손흥민(25ㆍ토트넘)도 노마크 기회에서 골대 밖으로 슛을 날렸다. 한국은 이기지 못했지만 A조 3위 시리아가 테헤란에서 이란과 2-2로 비겨 승점13(3승4무3패)에 머무른 덕에 티켓을 겨우 손에 넣었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47)은 "본선에 진출했다는 데 의미를 두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기대보다는 우려를 더 많이 사고 있다. 이번 대표팀은 1994년 미국월드컵 예선에서 이라크가 일본과 비겨준 덕에 겨우 본선에 진출, 감격과 굴욕이 교차한 '도하의 기적' 이후 가장 어렵게 최종예선을 통과했다. 이 경기력에 발전이 없다면 월드컵 본선에서 조별리그만 마치고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본선에는 더 강한 팀들이 출전하기 때문이다. 우리 대표팀은 감독부터 선수에 이르기까지 물음표 투성이다.

신 감독은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63)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비상 카드였지만 팀을 바꿔놓지 못했다. 두 경기 모두 0-0으로 비겼고 운영은 소극적이었다. 두 경기 유효슈팅(상대 골문으로 향하는 슈팅)이 세 개에 불과했다. 선수 교체 타이밍은 늦거나 무의미했다. 수비도 불안해서 두 경기 무실점은 행운의 결과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이런 축구가 러시아에 가면 확 달라진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신감독을 계속 기용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우리 대표팀은 2006년 조 본프레레(71) 감독 체제로 예선을 통과한 뒤 딕 아드보카트(69) 감독으로 사령탑을 바꿔 독일월드컵에 나갔고 2014년에는 최강희(58) 감독에게 예선을, 홍명보(48) 감독에게 본선을 맡긴 사례가 있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에 대한 재평가도 필요하다. 우리 대표팀은 소속팀의 경쟁에서 밀린 선수에 미련을 갖고 발탁했다가 낭패를 자주 보았다. 소속팀의 주전경쟁에서 밀린 이청용(29ㆍ크리스탈팰리스), 박주호(30ㆍ도르트문트) 등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중하위권 팀에서 주전다툼을 하는 지동원(26ㆍ아우크스부르크), 권창훈 등도 대표팀에 기여가 거의 없었다. 이들보다는 베테랑 염기훈과 이동국이 우즈베크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영향력이 더 컸다.

그래도 희망은 남아 있다. 대표팀은 최종예선 마지막 두 경기에서 뛰어난 중앙 수비수 김민재(21ㆍ전북)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제 막 성인 무대에 뛰어든 백승호(20ㆍCF 페랄라다), 이승우(19ㆍ베로나) 등의 성장도 눈여겨봐야 한다. K리그에서 '숨은 보석'을 찾으려는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47)은 "월드컵 본선에서 우리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지금보다 공을 잘 간수하고 다룰 줄 아는 선수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한국은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맛본 성공을 재현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때만큼 희생하고 투자할 준비와 각오가 되어 있는지 알 수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더 대담해져야 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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