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아시아경제가 경유세 인상 논란과 관련해 팩트(사실) 체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우선 ▲수도권 미세먼지의 주범이 경유차이며 ▲차량 가운데 경유차에서만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경유세를 인상하면 미세먼지가 줄어든다는 주장은 오해와 왜곡된 정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류부담은 서민에게만 가중돼
경유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경유세를 올린다고 하지만 그에 따른 피해는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더 크다. 2016 가계 동향 자료에 따르면 소득 1분위 가구의 직접세 대비 유류세 비율은 84.2%로 소득 5분위 가구의 21.7%보다 3.9배 높다. 여기에 경유세가 인상되면 서민가계의 유류세 조세 부담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생계형 사업자, 돈벌기도 어려운데 비용부담만 커져
경유세 인상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육상운송업체는 18만여개로, 이 중 98.7%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및 영세사업체에 종사하는 총 57만여명의 운송업 종사자 또한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33만여대 경유 화물차 중 유가보조금을 지급받는 화물차는 운송영업용 화물차 38만여대(11.4%)에 불과하다. 나머지 생계형 화물차 295만여대(88.6%)는 경유세 인상으로 생계에 직접적인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비사업용 경유 화물차의 월평균 유류비는 12만4000원으로 경유세 10% 인상 시마다 유류비 지출액은 6000원 증가하며 총 295만대의 월평균 유류비 지출은 180억원이 증가한다.
-2011년 16% 폭등 시 어땠나
2011년 경유값 16% 인상 당시 화물 자동차 운송차주의 월평균 유류비용은 20% 증가했고 영업비용은 10% 증가했다. 반면에 월평균 영업이익은 3~24% 감소했다. 당시 연평균 경유값은 1745원으로 2010년보다 16% 인상했는데 화물 자동차 운송(일반화물ㆍ개인화물ㆍ용달화물ㆍ택배화물) 차주의 유류비 지출액 상승으로 총 지출액이 증가하고 순이익이 줄어들었다. 한국교통연구원에서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일반화물 차주의 경우 2011년 월평균 순이익은 181만원이며 2010년의 238만원보다 24%가 감소했다.
-국책기관 보고서도 "성장 저해하고 미세먼지 감축 효과 없다"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4일 공개한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도 경유세 인상은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용역보고서는 현행 100:85:50인 휘발유와 경유, 액화석유가스(LPG)의 상대가격 조정과 관련해 10개 시나리오별로 미세먼지 감축 효과는 물론 경제적 파급효과와 업종별 생산량 변화, 환경피해 및 혼잡비용 변화 등을 추정했다.
경제적 파급효과까지 감안한 주요 시나리오에 따른 유류세 조정으로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온실가스배출전망치(BAU) 대비 0.01%에서 0.21%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농축수산임업, 광업, 제조업 및 건설업을 포함한 전체 산업부문의 생산활동을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됐다.환경피해비용은 최소 1695억원부터 최대 2조3135억원까지 절감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당초 미세먼지 감축 목적으로 경유세 인상 등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 작업에 착수했지만 정작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현재 유류 가격을 기준으로 한 여러 시나리오의 경우 미세먼지 감축 효과는 현재 국내 총배출량 대비 0.2~1.3% 줄어드는 데 그쳤다. 각종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비현실적으로 높은 ℓ당 2000원 이상으로 올려도 미세먼지는 2.8% 감소하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미세먼지 감축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정부 곳간으로 들어가는 세수는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수 증가 효과는 최소 5180억원에서 최대 18조1535억원까지 증대될 것으로 추정됐다.
구윤모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유차는 차종과 연식에 따라서 오염물질 발생량 차이가 크다"며 "유종에 과세하게 되면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신형 경유차를 쓰는 사람이나 노후한 경유 화물차 쓰는 사람이나 동일한 수준의 경유세를 부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한국이 일본보다 유류세를 높여 온 결과 연료 소비를 억제했으나 2차 에너지인 전력 소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면서 "유류세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정책 효과에 한계가 있는 만큼 다른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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