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 속의 닭인 줄 알았던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후보로 확정되자, 그의 공약은 영화 '전우치'의 강동원과 김윤석이 외는 주문만큼이나 우리를 긴장시킨다. 요약하자면 미국의 대외적인 안보 및 경제정책을 축소시킨다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도 샌더스만이 아니라 후보로 확정된 클린턴 역시 이쪽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브렉시트와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의 그늘을 제대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란다. 요즘 들어 부쩍 자주 듣는 신자유주의는 도대체 무엇인가.
대척점에 있는 시민단체와 노조는 이에 대해 조직적 대응을 하지 못했다. 강력한 이익집단들을 포섭하고 비토세력을 배제함으로써 지배체제의 주류를 형성한다는 그람시의 헤게모니이론이 그대로 적용된 경우다. 이에 더해 헤리티지 등 유명한 싱크탱크에서 정립한 기준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으로 확장됐고, 이는 미국의 대외개방세력이 갖는 이익을 전 세계로 규범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렇게 보면 신자유주의는 보편적 이념도, 자연스러운 세계적 흐름도 아닌 특정세력의 헤게모니를 위한 기획이었다고 할 것이다.
이 기획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계층의 반발이 지금 브렉시트에서도, 미국의 대선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물론 신자유주의의 직접 피해자인 노동자 계층은 그 사이 선진국에 일반적인 산업구조의 변화로 그 인구비율이 줄었을 뿐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리로, 이른바 고용유연성으로, 비정규직의 비조직성으로 말미암아 그 힘을 잃었다. 이 이익대표의 빈틈을 진보세력이 아니라 우파 포퓰리스트가 선점한 것이다. 과연 트럼프가 당선되면 노동자와 민중을 위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탈퇴하겠다는 공약을 실현할 수 있을까. 한미자유무역협정(FTA)도 철회하고 주한미군도 철수할 수 있을까.
20세기 초와 같이 미국의 고립주의가 전적으로 재현돼 대공황과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대안 없는 신자유주의의 퇴조는 우려할만한 것이다. 어쨌거나 국제관계에서 평화와 번영은 상호의존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싱크탱크는 어떠한 이념의 신상품 혹은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낼까. 신상품 개발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값을 올리는 전형적인 기법이어서, 우리는 신자유주의보다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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