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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세계]월급 100만원 막내부터 회당 1억 권력자까지…'그들이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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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출범, 케이블 성장 발맞춰 1억 작가 탄생…막내·서브작가로 3~7년 도제 거쳐야 데뷔

종편 출범과 케이블 채널 성장에 힘입어 콘텐츠의 차별성이 대두되면서 드라마 작가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하지만 1억 이라는 피상적 금액 이면엔 작가 개인이 작업을 위해 들인 가늠 못 할 시간과 측정할 수 없는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종편 출범과 케이블 채널 성장에 힘입어 콘텐츠의 차별성이 대두되면서 드라마 작가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하지만 1억 이라는 피상적 금액 이면엔 작가 개인이 작업을 위해 들인 가늠 못 할 시간과 측정할 수 없는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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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청 기준이 ‘스타’인 시대를 지나 이제는 드라마 작가가 곧 ‘브랜드’인 시대가 열렸다. 6일 동대문서 열린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 인사이트’ 세미나엔 업계 관계자와 지망생 300명이 몰린 가운데 김은숙 작가와 김은희 작가가 연사로 등장해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작가의 브랜드 파워가 편성을 좌우하고, 작품 주연배우 결정도 작가 의사가 크게 반영되면서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란 말이 정설처럼 통용되지만, 정작 이날 김은숙 작가는 "남의 돈으로 예술하면 안 된다는 게 제 평소 지론"이라며 직업적 고충을 털어놨다.
스타 작가는 회당 1억 고료를 받지만 막내 작가는 월급 100만원 열정페이를 버텨내고, 그럼에도 막내를 거치지 않고서는 스타가 될 수 없는 세계가 신(Scene) 세계, 드라마 현장이다.

드라마 작가별 원고료. 일러스트 = 이진경 디자이너

드라마 작가별 원고료. 일러스트 = 이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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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에서 1억이 된 고료 시스템

2011년 12월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하고 케이블채널이 급성장하며 기존 공중파 중심의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다채널 시대에 급변하는 시청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자체 콘텐츠 확보에 비상이 걸린 방송사는 저마다 특색 있는 작가의 발굴과 영입에 매진했고 이는 작가의 몸값을 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첫 신호탄이 된 작품은 JTBC의 ‘무자식 상팔자’. 개국 1주년 특별기획이라는 특수를 차치하더라도 김수현 작가의 회당 고료를 1억으로 책정하며 일대 파란을 불러왔다. 종전의 1000만~5000만원을 오간 스타작가 고료 시스템은 다채널 시장을 기폭제로 삼고, 한류로 인한 콘텐츠 파급력 확장을 더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시청률’을 담보하는 작가군은 많지 않지만 이미 그 자체가 브랜드가 된 터라 방송사는 기꺼이 그들을 기용한다.

김은희(왼쪽), 김은숙 작가가 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콘텐츠인사이트세미나'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김은희(왼쪽), 김은숙 작가가 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콘텐츠인사이트세미나'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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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작가와 막내작가를 거쳐

드라마는 통상 메인작가의 이름을 내걸고 방송되지만, 집필과정엔 서브작가와 막내작가의 피와 땀이 짙게 배어있다. 모든 작가의 이름이 표기되는 예능과 달리 드라마는 메인 작가의 이름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OOO작가의 서브작가' 경력은 그 자체로 업계에서 포트폴리오로 통용되고, 메인작가가 직접 자신의 서브작가들의 입봉에 팔을 걷어붙이기도 한다.

이 3~7년가량의 도제식 수련기간이 있어야 작가로서의 ‘글쓰기 근육’이 붙는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다. 김은숙 작가는 "드라마를 시작하면 책상 앞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토로하고, 김은희 작가는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방법이 없다. 무조건 쥐어짜는 수밖에"라고 고백한다. 결국 시간을 담보로 한 집념이 업계 최고 작가들이 꼽는 성공의 '비결'인 셈이다.

방송원고료 지급기준표. 일러스트 = 이진경 디자이너

방송원고료 지급기준표. 일러스트 = 이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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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지 않는 막내의 세계

A급 드라마 작가의 보조작가로 근무했던 이은수(가명) 씨는 2015년 자신이 작업하던 당시 급여는 150만원이었고, 어느 정도 경력이 쌓여도 200만원을 넘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이씨는 돈보다는 메인작가가 인정해주지 않을 때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으며, 막내를 넘어 서브작가로 올라가도 이 경력을 통해 ‘작가로 데뷔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글 쓰는 데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방송작가유니온이 지난 2015년 방송작가 6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방송작가의 주당 노동일수는 평균 5.63일이었고 월 150만원 미만을 받는다고 답한 숫자가 49.9%에 달했다. 제작 중단 또는 결방 시 급여를 못 받은 경우는 72.9%에 달했으며 체불경험 역시 46%로 높게 나타났다. 화려한 1%의 세계 이면엔 99%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고, 그 바닥에 놓인 막내작가의 처우는 극단적 대비를 이뤄 씁쓸함을 자아낸다.

하여 오기현 한국PD협회장이 지난 3월 방송작가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한 말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그는 "막내 작가는 분명히 노동자이며 열정페이의 대표적 사례로 법적 제도적 사각지대에 있어 비정규직 노동자이자 감정노동자의 역할까지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 보장과 전속제도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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