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마트폰 산업은 위기를 맞은 것인가 기회를 만난 것인가. '최고급도 아니면서 저렴하지도 않은' 어정쩡한 위치는 미국과 중국 사이 샌드위치 신세를 초래했다. 이렇게 될지 몰랐다고 한다면 정상이 아닐 것이다. 시기의 문제일 뿐 20만~30만원대 중국 스마트폰을 주변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날이 기어이 오고야 말 것임을 우리 제조사들은 잘 알고 또 잘 준비해왔을 것이다.
그래서 돌파구가 무엇이냐,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영업비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언론이 '위기다 아니다' 호들갑 떨 일 없고 양대 스마트폰 제조사가 어련히 잘 헤쳐 나가길 차분히 기다리면 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산업은 원래 그런 것이다. 기술력과 인력구조 등에 따라 역할은 분담된다. 환경이 바뀌면 특정 기업 혹은 국가가 하던 일은 후발주자에게 넘어간다. 선두주자는 혁신을 통해 산업의 본질을 바꿔버리거나 좀 더 난이도 있는 신산업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가장 흔히 들리는 행선지는 폴더블폰과 5G다. '화면이 접히는' 폴더블폰이 우리의 일상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지 판단하기 어려운 지금, 과연 본질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확신을 갖기 어렵다. 만물이 연결되는 5G 시대가 오면 초고성능 스마트폰이 허브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래서 스마트폰은 외국에 넘겨줄 '낡은 산업'이 아니라 지속적 혁신이 필요한 '유효한 먹거리'라는 관측도 설득력은 있다.
그래도 글로벌 1위는 한국 기업 아니냐고 우리를 안심시키려는 목소리도 있다. 점유율이 감소하는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인데다, 미ㆍ중 무역분쟁이 끝나면 중국폰의 미국 침투도 시간 문제일 것이다. 그 때쯤 되면 중국이나 인도 같은 '신흥국'에서 고전하는 것일 뿐, 한국ㆍ미국 등 프리미엄 시장에선 여전히 강세라는 자기최면도 그 약발을 다할 것이다.
우리 국민은 두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10년이란 시간과 막대한 자금을 안겨줬다. 콧대 높은 애플을 뛰어넘었다는 자부심에 제조사의 노력이 더해져 어떤 국산 스마트폰은 세계적으로 7500만대가 팔리는 경이적 기록을 세웠다. 애국심 덕에 위기를 넘기고 체력을 키운 기업이 어디 한둘이겠냐만, '스마트폰'은 그런 혜택을 본 마지막 물건이 될지 모른다. 진짜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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