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가 본업과는 무관하게 '외교 사절' 노릇을 톡톡히 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특히 당초 올해 9월 초 최초로 입주하기로 했던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마저 한때 흔들렸다. 지난해 초 새로 취임한 사뮤엘 스탠리 총장이 뉴욕주의 재정 지원 20% 삭감을 계기로 분교 설립 방침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미국의 각 주 정부들이 재정난으로 주립대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줄이는 상황이 뉴욕주립대에까지 번진 상태였다. 특히 스탠리 총장이 한국에 대해 잘 모르고 '좌파'로 알려진 송 시장에 대한 인식도 별로 좋지 않아 분교 유치가 어려워지고 있었다.
알고 보니 스탠리 총장은 한국을 잘 모르지만 20대 초반의 딸 때문에 소녀시대를 비롯한 K-Pop을 알게 됐고, 특히 소녀시대의 '광팬'이었다.
김 총장은 때마침 소녀시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사장과 친분이 깊은 사이기도 했다. 김 총장은 소녀시대를 화제로 스탠리 총장과의 대화를 풀어갈 수 있었다. 스탠리 총장은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높아졌고, 이는 지난해 9월 전격적인 방한으로 이어졌다.
기회를 놓칠 새라 김 총장과 인천시는 방한한 스탠리 총장을 적극 설득했다. 인천 송도에 잘 준비된 글로벌캠퍼스와 운영비 지원, 송영길 시장의 뛰어난 외국어 실력ㆍ글로벌 마인드ㆍ교육에 대한 열정 등을 내세웠다.
특히 소녀시대를 외교 사절 겸 '윤활유' 역할로 적극 활용했다. 스탠리 총장과 소녀시대 멤버들의 저녁 식사 자리를 주선했고, 이 자리에서 소녀시대 멤버들은 스탠리 총장과 화기애애한 대화를 가졌다. 사진 촬영ㆍ사인 음반 등 스탠리 총장의 딸에게 줄 선물도 잔뜩 준비해 챙겨줬다.
이렇게 해서 스탠리 총장은 결국 한국 분교 설립에 긍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아예 당초 대학원 2개과 개설 방침을 내년 2학기 중 학부 3개과까지 추가 개설 방침으로 더 확대했다. 소녀시대가 '1등 외교 사절' 노릇을 한 것이다.
스탠리 총장은 지난 24일 뉴욕에서 열린 소녀시대 등 'SM타운'의 공연도 인천시의 주선으로 딸과 함께 관람한 후 이수만 사장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송 시장도 지난 1월 스탠리 총장을 만나기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하면서 9명이나 되는 소녀시대 멤버들의 이름을 다 외우고 K-Pop에 대해 공부하는 등 '진땀'을 흘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녀시대는 지난 2009년 인천세계도시축전의 홍보대사를 맡아 관람객 유치에 공을 세웠으며, 멤버 중 효연이 인천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영길 시장도 국회의원 시절 이수만 사장과 인연을 맺어 친분이 있는 사이다.
김월룡 인천시장 교육특보는 "사실 안상수 전 시장 시절 송도글로벌캠퍼스의 계획만 세워놨지 개교는 꿈도 못 꿨던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소녀시대의 외교 사절 역할과 송 시장의 뛰어난 어학 실력ㆍ교육에 대한 열정 등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국내 최초의 외국 대학 분교 설립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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