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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벌망한⑤·끝] "길들이기" vs "제식구 감싸기"…원칙없인 개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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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쑥날쑥 스포츠비리신고센터 중심 잡고, 엄격한 규정 준수 자정노력 뒷받침돼야"

◆ 파벌 때문에 대한민국 스포츠가 망한다(관련기사 아래 보기)
[파벌망한①] 빙상에 마지막 도의 지키고..삼성 떠난다
[파벌망한②] 대기업 회장사 내모는 체육계 '고질병'
[파벌망한③] "회장은 돈만 내라"..밥그릇다툼에 멍드는 체육단체
[파벌망한④] "'그들만의 리그' 국가대표 선발전 바꿔야 산다"

9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관리단체 지정 여부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9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관리단체 지정 여부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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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김흥순 기자] 4년 전 한 경기단체의 지도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운영하던 스포츠 4대 악 신고센터에 그가 훈련비와 장비 구입비 등을 횡령했다는 제보가 쏟아진 뒤였다. 경찰은 이 사안을 조사한 뒤 '혐의가 없다'라고 결론 내렸다.

그럼에도 신고가 반복되자 문체부가 꾸린 스포츠 4대 악 합동수사본부가 별도의 내사를 진행했다. 압박을 못 이긴 지도자는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의 주변인들은 "경기단체 집행부를 교체하고 실권을 장악하려는 반대 세력이 음해와 비방을 하고 투서를 보냈다"며 "정부는 무리한 조사로 이 세력들을 두둔했다"고 항의했다. 파벌 싸움이 빚은 참극이었다.

다른 경기단체에서는 지난해 한 지도자가 협회 고위 임원의 비위를 문체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에 고발했다. 협회장의 묵인으로 이 임원이 편제에 없는 직위를 만들고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는 구성원들에게 실력을 행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안은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가 접수해 논의를 거쳤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경기단체로 반송됐다. 제보를 한 지도자는 '내부고발자'로 찍혔다.
4대 악 신고센터나 스포츠비리신고센터는 이름만 다를 뿐 기능은 같다. 승부 조작이나 조직 사유화, 성폭력, 입시 비리 등 체육계를 둘러싼 비위를 척결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파벌 싸움과 경기단체 행정 문제도 여기서 다룬다. 그러나 제보 내용을 조사하고 감시하는 상급기관의 움직임에 따라 결론이 엇갈릴 여지가 있다. 체육계에서는 이를 두고 "신고센터가 경기단체를 길들이기 위한 목적이나 특정 세력 편들기로 악용되거나 제 식구 감싸기로 용기를 낸 제보자를 두 번 죽이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꼬집었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지난 5월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실시한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지난 5월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실시한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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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대한빙상경기연맹과 빙상계를 둘러싼 잡음을 처리하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다. 문체부는 지난 3월부터 두 달 동안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빙상연맹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한 뒤 "빙상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할 만한 행정상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이달 9일 이사회에서 관리단체 지정을 유보했다. 이를 두고 "연맹의 부정을 눈 감아주기 위한 체육회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주장과 "파벌 싸움을 조장하려는 세력의 연맹 흔들기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문체부는 빙상연맹 사태를 다루면서 사법부, 금융 당국 등과 결합한 독립기구인 '스포츠윤리위원회(가칭)'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체육계의 자체 조사만으로는 금전 비리나 형사처벌이 필요한 사안을 다루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는 고질적인 문제를 체육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불신도 깔려 있다.

스포츠평론가 최동호씨는 "정부 부처나 체육회, 각 경기단체의 관계자들이 대부분 선후배나 오랜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며 "이 때문에 비위에 대한 처벌 기준과 내부 감시를 위한 체계를 마련하고도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비판 여론이나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고 원칙대로 결정하겠다는 자정 노력이 없다면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도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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