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을 근간으로 하는 현 제도의 출발점은 박정희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3공화국은 스포츠를 통한 국위 선양과 국민 통합을 내세웠다. 사실은 스포츠를 활용한 정권의 목적 달성이라는, 스포츠의 정치화로 보아야 한다. 정치는 성적을 올리는 스포츠 지도자에게 '당근'을 줘 왔고, 지도자들은 선수를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하지만 역사적 시작점이나 인권과 자율을 요구하는 스포츠계 안팎의 강력한 목소리를 생각할 때 지금이 시스템 전환을 고려할 시기인 점은 확실하다. 문제는 '어떻게 바꿀 것인가'이다.
일본과 영국은 선수 육성 정책에 힘을 기울인 결과 지난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양 국민 모두 행복했을 것이다. 우리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우리는 행복할까. 당연히 그렇다. 번번이 진다면. 물어보나 마나다. 스포츠와 팬의 관계를 설명하는 고전적 이론에 따르면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사람들은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저들'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국제무대에서의 성공은 애국심이든, 국가주의든, 아니면 개인적 성취에 대한 응원이든 우리를 만족시킨다. 이 사실 앞에서 솔직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갈라파고스 같은 섬에 고립돼 '그들만의 잔치'를 벌여온 조직을 극적으로 해체할 현실적 방도는 거의 없다.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의 해체로 금방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고 대중스포츠로의 이행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엘리트 시스템 전반을 장기적으로 관찰하면서 적출 가능한 폐해를 가려내는 한편 시민이 일상에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기반을 차근차근 마련해야 한다. 학생이든 일반인이든 생활공간에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어야 '특정인들이 특정 공간에서 운동하는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 그때에야 우리는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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