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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금융 혁신, 이젠 기업이 주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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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혁신을 말하고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혁신해야만 한다는 주장은 이제 너무나 당연하고 지루한 담론이 되었다. 반면 혁신의 원천, 즉 혁신이 근본적으로 어디에서 비롯되는지에 대한 고민과 논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가 혁신의 원천으로 "예상치 못한 성공이나 실패, 양립할 수 없는 부조화, 프로세스 상의 필요성, 산업과 시장 구조의 변화, 인구 통계학적 변화, 인식의 변화, 새로운 지식의 등장" 등 7가지를 제시한 바 있으나 누구에게나 쉽게 와 닿는 개념은 아니다. 한편 기술 혁신의 원천과 전개를 설명할 때 혁신을 '시장 견인형(Market Pull)' 혁신과 '기술 주도형(Technology Push)' 혁신으로 구분하는데 필자는 이 개념 체계가 혁신의 원천을 이해하는 데 더욱 간결한 사고의 틀을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먼저 시장 견인형 혁신은 혁신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이미 시장 내 존재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수요를 발굴하고 충족시킴으로써 혁신을 달성하는 경우이다. 수요가 이끌어낸 혁신이라는 의미에서 'Demand Pull'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을 처음 탑재한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기보다는 두 매체를 동시에 소유, 사용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수요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시장 견인형 혁신에 해당한다.
반면 기술 주도형 혁신은 그 혁신으로 인해 존재하지 않았던 수요가 새롭게 창출되는 경우를 말한다. 스마트폰의 발명이 대표적 사례이며 주로 혁신가나 기업이 혁신의 주체이다. 학문적으로 시장 견인형 혁신은 슈무클러(Jacob Schmookler)에 의해, 기술 주도형 혁신은 슘페터(JA Schumpeter)에 의해 형성되거나 발전한 개념이다. 그런데 피처폰과 PDA를 사용하던 시기에 누군가는 이미 스마트폰과 유사한 수요를 가지고 있었을지 모른다. 이처럼 특정 수요가 시장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는지 아닌지에 대한 경계는 다분히 모호하다. 때문에 현실 세계에서는 소비자의 수요에 기인한 시장 견인형 혁신과 기업 및 혁신가에 의한 기술 주도형 혁신이 상호 작용을 하며 복합적으로 전개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국내 금융 산업이 추구하는 혁신의 원천은 어디에 있으며 그 주체는 누구일까. 변화와 혁신을 소비자가 주도하는가, 기업이 주도하는가. 모두 아니다. 앞서 언급한 이론 체계에서는 제시되지 않은 '정부 주도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은 과당 경쟁, 가격 담합, 편법과 비리, 고객 기만 등을 감시하고 시장 내 공정한 게임의 룰이 지켜지고 있는지 모니터링함으로써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산업의 효율과 발전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부가 그 게임에 직접 뛰어들어 구체적 실행 방안을 제시하고 변화를 추진하는 주체가 되고자 한다면 시장에는 필연적으로 부작용과 비효율이 발생한다. 빅데이터의 활용에 있어서 금해야 할 사항만 적시하는 네거티브 규제가 아닌 모든 절차와 방식에 대한 세세한 가이드라인 설정, 또 신용카드 수수료 논란과 같이 시장 원리를 배제하고 민간 금융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격을 사실상 정부가 정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0세기 한국은 주요 산업에서 정부 주도형 혁신에 기반한 압축적 성장을 통해 발전하고 눈부신 성과를 이루어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제 국내 금융사가 스스로 자율적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모니터링하고 효율적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혁신을 거듭하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한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은 정부 주도형 혁신을 통해 글로벌 초일류로 성장한 기업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공공 기관보다 민간 기업이 혁신을 주도하면서, 사용자의 경험과 참여를 통해 발전 및 확산'하는 형태를 최근 디지털 혁신의 세계적 추세로 보고 있다. 데이터 빅뱅과 인공지능 등 정보기술의 진보를 기반으로 모든 금융 소비자에 개인화된 상품, 즉 Mass Customization을 실현하고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시대에, 정부가 금융업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여전히 유효한 형태의 혁신 모델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빅데이터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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