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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초보 운전/박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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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꽉 막힌 도로라도
길은 질식하지 않는다
녹조가 끼지 않는다
죽은 붕어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숨 쉴 곳이
길마다 있기 마련이니까
들락거리며
바람을 펌프질하는
사이가 있기 마련이니까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고 누구도 존경하지 않아도

차간 거리를
푸르게 열어젖히는
초보 운전이 있기 마련이니까

■이 시는 비유컨대 상대편 선수 서너 명 사이에서 유연하게 드리블을 하다가 동료에게 공을 주는 척 속이고 자신이 순식간에 뻥 하고 시원하게 슛을 날리는 장면을 보는 듯하다. 결과는 물론 통쾌하고 멋진 골이다. 시의 앞 몇 행만 보고선 나는 사대강 얘긴가 싶었다. 그러다 1연의 마지막 두 행을 읽으면서는 시가 대체 어디로 흘러가나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그런데 "초보 운전"이라니! 아 그러고 보니 제목에 이미 "초보 운전"이라고 떠억 적어 놓지 않았는가. 알고도(?) 속아 놓고는 그런데도 좋기만 하다. 덧말을 얹자면, 제가 아직 시를 읽는 데 초보라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 세상을 "푸르게 열어젖히는" 건 초보들이니 그저 혜량해 주시길 바랄 따름입니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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