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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곡의 인문의 창] '이념'의 시대가 와야 한다

최종수정 2016.09.09 09:25 기사입력 2016.09.0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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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곡 인문운동가

이남곡 인문운동가


'이념의 시대'는 간 것이 아니라, 이제 와야 한다.
'이념'을 특정 정치이데올로기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할 때는, 현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이념의 종언'이란 말이 유행했고, 그런 말이 받아들여지는 정세가 있었다. 그러나 '이념'을 '우주자연의 리(理)에 부합하는 인간의 관념'이라는 뜻으로 사용할 때는 그런 시대는 온 적이 없다. 가짜 이념의 시대가 갔을 뿐이다. 이제 진정한 이념의 시대가 와야 한다.
공자와 제자의 대화다. 자로가 여쭈기를, “위나라 임금께서 선생님께 정치를 맡기신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하시겠습니까?”공자 말하기를, “반드시 명(名)을 바로 세울 것이다.”자로가 “현실과는 먼 말씀이 아니신지요. 어찌 명(名)을 먼저 세운다 하십니까?”고 하자, 공자 말하기를, “자로야, 너는 참 비속하구나. 군자는 자기가 알지 못하는 일에는 입을 다무는 법이다. (후략)”(제13편 자로 , 子路曰, 衛君 待子而爲政 子將奚先 子曰, 必也正名乎 子路曰, 有是哉 子之迂也 奚其正 子曰, 野哉 由也. 君子於其所不知 蓋闕如也)
이 '정명(正名)'을 여러 가지로 해석한다. 모든 사람과 사회적 지위와 사물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 '이름'을 바르게 한다는 것은 사람과 사물 그리고 지위에 따른 역할이 우주 자연의 '리'에 부합되게 존재하여야 한다는 말로 나에게는 다가온다. 흔히 '군군신신(君君臣臣)부부자자(父父子子)'를 정명으로 해석하여 공자의 수구반동성의 징표로 보는 사람들도 꽤 있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 시대의 조건 즉 군주제와 가부장제의 현실에서 말했을 뿐이다.
'고정하지 않음'은 공자의 특징이다. '정명' 또한 고정되는 것이 아니다. 군주제와 가부장제가 사라진 지금이라면 공자는 다르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부부자자'라는 같은 말을 하더라도 그 내용은 다를 것이다. '정명'이 고정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념'도 고정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 우주자연의 '리'인지를 끊임없이 찾아가는 것이다.

[이남곡의 인문의 창] '이념'의 시대가 와야 한다

이제 인간과 자연계와의 관계, 인간 상호간의 관계, 물질과 정신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 것이 우주 자연의 '리'에 부합하는지가 엄청난 파국적 위기와 함께 근원적으로 물어지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비로소 '이념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세계는 극심한 혼돈과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엄청난 ‘행위능력’과 그다지 변치 않는 ‘자기중심적 가치체계’사이의 모순이 극심해질 것이다.
올 여름도 피부로 느끼는 자연 생태계의 보복과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핵전쟁의 위험, 그리고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더욱 심각해질 국내외적 양극화가 위기를 가중시킬 것이다. 이것을 벗어나기 위해서 행위능력을 억제할 수는 없다. '자기중심적 가치체계'를 변혁하는 길뿐이다. 그것이 '이념(理念)' 즉 '우주자연의 리(理)에 부합하는 인간의 관념'이다.
참고로 내가 생각하는 이념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무소유(無所有)’‘무아집(無我執)’‘하나의 생명 단위(弘益萬有)’이다. 이미 거의 모든 고등종교의 핵심 교리이고, 더욱 현대과학에서 명료하게 되고 있는 것들이다. 앞으로 더욱 고도로 발달할 생산력은 무소유 사회와 어울리고, 인지(人知)의 발달은 무아집을 지향하게 될 것이며, 우리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은 홍익만유(弘益萬有)로 진화할 것이다.
이 나라는 철학이 빈곤한, 심하게 말하면 무식하고 부패한 통치세력 때문에 세계적 모순의 소용돌이 속에 스스로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형상이다. 아직 성숙한 시민주체가 이루어지지 않아 그것을 막지 못하고 있다. 여야, 좌우를 막론하고 '이념'에 바탕을 두고 제대로 준비하는 세력을 보기 힘들다. 그저 자기중심적 권력투쟁이나 기득권 그리고 이미 시대에 처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짜로 준비된 세력이 없으면, 바꿔봐야 마찬가지다.
시간이 별로 없다. 내가 고정관념이나 정서를 과감하게 벗어나 '합작과 연정'을 제안하는 것은 그 절실함 때문이다. 앞으로 1년 남짓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절실함으로 나라의 운명을 바꿀 준비를 해야 한다. 아집과 탐욕을 내려놓고,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 어떤 경로로든 마련한 물적ㆍ·제도적 자산을 온전히 살려 국민 전체를 위해 쓸 수 있는 리더십을 준비해야 한다. 합종연횡(合從連衡)의 정치적 술수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 ‘이념’에 바탕을 두고, ‘합작과 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성공하지 못하면, 세계적 모순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들어 갈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지정학적 운명이다. 그러나 만일 성공한다면 진정으로 새로운 시대 즉 ‘이념의 시대’를 한국이 열기 시작할 것이다. 꿈같은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우리에겐 그 저력(底力)이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해보자.
스스로 금(?)을 긋지 말자! 위험한 시기다. 한반도가 첨단핵무기의 실험장이 될 것인지, 새로운 문명의 발원지가 될 것인지는 이 땅의 집단지성에 달려 있다.
인문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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