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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서재에서]유대인 세계화, '내 땅'없는 者의 무서운 생명력

최종수정 2015.03.23 14:37 기사입력 2015.02.1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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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 논설고문(얼굴)의 '리더의 서재에서'는 CEO와 경제지식인들의 지적보고(知的寶庫)를 탐방해 깊이있는 성찰의 결과들을 함께 음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윤 고문은 언론사 기자 출신으로 국방홍보원장,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으며 저서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등을 출간했습니다.

◆박재선 前대사가 말하는 '지구촌 인구의 0.2%, 이들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됐을까'

예수와 콜럼버스, 철학자 스피노자와 베르그송, 심리학자 프로이트,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과 아인슈타인, 음악가 멘델스존과 쇼팽, 시인 하이네, 유럽 금융가문의 시조인 메이어 로스차일드,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 칼 마르크스, 혁명가 레닌, 현대 외교의 전설 헨리 키신저, 언론재벌가 루퍼트 머독,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공통점은?

모두가 인류 역사에서 일가를 이룬 이 명인들을 관통하는 공통 DNA는 이들이 모두 유대인이라는 점이다. 고교 시절부터 우연히 알게 된 프랑스인을 통해 프랑스어를 익힌 박재선은 모두들 미국으로 유학하던 시절 독특하게 프랑스로 공부를 떠났다. 그런데 프랑스 유학 시절 방세가 싸다는 이유로 찾아간 지역이 우연하게도 동유럽 출신 유대인 집단거주촌이었다. 그곳에서 마주친 검은 모자, 긴 수염, 검은 옷차림의 유대교 초정통파 '하시디스트'에 관심을 갖고 파고들기 시작한 유대인의 삶이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그는 외교관 생활 임지마다 현지의 유대인을 찾아 대화하고 관찰하면서 그들의 역사, 문화, 철학을 연구했고 보스턴 총영사 시절에는 유대인이 세운 브랜다이스대학 중동유대연구소에서 본격적으로 유대문화를 연찬하기도 했다.

유대인에 대해서는 교육학적 관점에서 탈무드를 비롯한 유대인의 교육 등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 국내에서 유대인에 관한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꼽히는 박재선 전 대사를 만났다.


-대학에선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외교관 생활하면서 유대인을 연구한 독특한 이력이 흥미롭다. 유대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시절 독일어를 배웠지만 우연히 접한 불어가 좋았다. 아마도 당시 유행하던 낭만주의 바람의 영향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서울에 거주하는 프랑스인을 사귀면서 상당한 수준의 불어실력을 갖추게 됐다. 이 덕분에 파리로 유학을 갔고 거기서 파리시청 뒤 파리4구 유대인 집단 거주촌에 거주하다 매일 접하게 된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해외의 유대인 연구 현황은 어떠한가.
▲세계적으로 유대인 연구는 의외로 활발하지 않다. 특히 유대인이 강세를 보이는 미국이나 서유럽 등지에서는 유대인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이 금기로 돼 있을 정도다. 따라서 유대인 문제 연구나 발표는 유대인 학자에 국한돼 있는 게 일반적이다. 이방인이 유대인을 연구하면 유대인들이 경계심을 보이기도 한다. 1980년대 일본서 유대인 연구가 한때 활발한 적이 있었으나 대체로 반유대주의적 성격을 띤 연구가 주류를 이루었다.

-유대인 관련 자료는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미국과 유럽서 출간된 기본도서 300여권과 파일 50개 분량의 자료를 가지고 있다. 특히 유대인과의 대화를 통해 얻은 정보와 분석을 기록해 둔 개인자료도 다수 있다.

-유대인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유대인의 정체성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하나는 모계혈통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어머니가 유대인이면 아버지가 유대인이 아니더라도 자식은 자동적으로 유대인이 된다. 배우 해리슨 포드가 이 경우다. 다른 하나는 유대교를 믿으면 유대인으로 인정된다는 점이다. 타 종교를 믿던 사람이 유대교로 개종하면 유대인으로 간주된다.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메릴린 먼로가 이 경우다. 배우 귀네스 팰트로처럼 만약 아버지만 유대인일 경우에는 유대인 정체성이 조건부로 인정된다. 이 경우도 유대교 신앙은 필수조건이다. 논란이 일 경우 유대인 정체성에 대한 최종 심사는 유대교 성직자인 '랍비(Rabbi)'가 판단한다. 따라서 유대인의 정체성은 종교이지 혈통이 아니다. 오늘날 순수한 유대민족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중해와 중동계인 세파라디 유대인이 유대인의 원 민족인 셈족에 가깝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유대인의 80%를 차지하는 유럽계 백인 유대인인 아쉬케나지는 종교만 유대교로 선택한 유대인이다. 따라서 오늘날 유대인의 정체성은 신앙공동체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유대인의 공식 언어는 이스라엘 건국 후의 신히브리어다. 그러나 유대인은 어학의 천재여서 보통 2~3개 국어 구사는 기본이다. 오랜 세월 세계 각지로 유랑생활을 해온 영향 때문인 것 같다. 과거에는 이디시어(동유럽 유대인)와 라디노어(지중해 아랍권 유대인)가 있었으나 지금은 쓰이지 않는다.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은 신히브리어를 거의 배우지 않고 정착지의 언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유대인 인구 중 60% 이상은 영어를 사용한다.

-통상 유대인을 세계화의 모델로 평하는데 그 요인은 무엇인가.
▲두 가지 요인이 있는 것 같다. 첫째는 오랜 유랑생활 중 각국서 터득한 생존의 지혜가 세계화로 발전한 것이고 두 번째는 정치적 이유다. 즉 과거 유대인에 대한 박해 원인 중 하나인 민족주의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서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유대인들은 세계화를 새로운 보편가치로 전파시켜 민족주의를 희석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토라와 탈무드는 어떻게 다른가.
▲둘 다 유대교도의 기본경전이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가르침, 율법을 뜻하는 토라는 가정교육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토라는 구약성서 모세 5경(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신명기, 민수기)을 바탕으로 정리된 일종의 율법서다. 유대인 어머니들은 자녀가 말귀를 알아들을 때인 두서너 살 때부터 잠자기 전에 토라를 낭송해준다. 어린 시절부터 맹목적인 지식 주입보다는 지혜 있는 생활을 훈련시킨다. 이에 비해 '바다'라는 뜻을 가진 탈무드는 유대교도의 기본 경전이자 지혜서다. 탈무드는 예루살렘 성전의 제2차 붕괴 후 구약성서를 대신하는 경전으로 출발했다. 기본은 토라를 바탕으로 구두로 강론하던 '미쉬나(연구하다는 의미)'다. 탈무드의 구성은 전통적인 토라의 해석인 '미드라쉬'와 율법과 규례를 모은 '할라카'인데 탈무드는 무한대의 지혜를 추구하는 게 특징이다. 5세기 초 라브 아쉬라는 유대 경전학자가 최종 편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랍비들이 자유로운 주제로 토론한 것을 모은 것이다. 토론 주제는 인간생활에서 제기될 수 있는 모든 사안이었다. 탈무드는 유대인 교육에 필수적인 교재로서 유대인들에게는 지식의 맹목적인 습득보다는 반드시 실용 가능한 지혜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런 교육전통이 바로 유대인의 창의성 교육을 발전시킨 바탕이다.

-현재 유대인은 얼마나 되나.
▲유대인 인구는 종교적인 정통성을 따져 협의로 판별하느냐 아니면 부계혈통도 포함한 광의적 해석이냐에 따라 숫자가 달라지기 때문에 통계적인 측정이 어렵다. 현재 세계에 흩어진 유대인 인구는 1400만~1600만명 정도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600만~650만명 수준으로 거의 비슷하게 거주하고 있다. 다음으로 프랑스(70만명), 캐나다(40만명), 러시아(35만명), 영국(30만명), 우크라이나(20만명), 호주(12만명), 남아공(9만명) 순이다. 유대인은 역사적으로 이동이 잦았으므로 한 나라의 유대인 인구를 추산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 동유럽(폴란드, 우크라이나, 러시아, 헝가리 등)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의 유대인이 살고 있었는데 이들 중 다수는 전쟁과 홀로코스트 와중에 미국, 서유럽, 팔레스타인 등지로 피난을 떠났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4차에 걸친 중동전에서 얻은 영토에 건설한 정착촌으로 동유럽에서 약 120만명이 이주했다.

-유대인이 특별히 뛰어나게 활약하는 분야는.
▲유대인은 전반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발군이지만 특히 금융과 언론, 문화예술 분야 그리고 정보기술(IT) 등 '두뇌산업' 분야에서 뛰어나다. 유대인들은 탈무드의 영향으로 사고가 논리적이고 교육과정에서 우리와는 달리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극대화시켜 주는 덕에 창의성을 중점적으로 배양하게 된다. 유대인이 종사하는 대표적 직종은 전문직인 교수, 의사, 변호사, 언론인, 금융업, 영화제작자, 감독, 배우, 작곡가, 지휘자, 화가 등이다.

-노벨상 수상자는 얼마나 되는가.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현재까지 노벨상 수상자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16억명 인구의 이슬람권이 9명, 13억 중국인이 12명인 점을 비교하면 대단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람은 베르그송,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파블로 네루다(문학상), 아인슈타인(물리학상), 폴 새뮤얼슨, 밀튼 프리드먼(경제학상) 등이다.

-유대인이 선천적으로 우수한 두뇌를 가지고 태어나는가.
▲유대인이 선천적으로 우수하다는 주장은 다소 과장된 것이다. 다만 어릴 때부터 창의성 교육을 받는 등 교육을 통해 우수한 인재로 성장하는 것 같다. 그들을 보면 새삼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유대인에게 미국은 또 다른 가나안 땅으로 인식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미국은 유대인에게는 또 다른 기회의 땅이다. 유대인은 민족적 요인, 예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유대교 종교 교리의 차이, 배타적 선민의식, 소수 유대인의 탁월한 재능에 대한 숙주국(宿主國) 국민들의 시기심 등이 겹쳐져서 유럽에서 지속적으로 박해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은 다인종, 다민족 국가이므로 유대인이 정착하는 데 기본적인 어려움이 없었다. 그리고 유럽과는 달리 이들의 능력과 기여에 대한 응분의 평가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미국은 '제2 가나안'이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미국 정치권에서 유대인 파워는 어느 정도인가.
▲유대인은 미국 인구의 3%도 안 되는데도 상원의원의 10%, 하원의원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대인이 숱한 박해 역사를 통해 터득한 정치권력의 생성ㆍ구축의 묘리를 활용해 현지 정치권력과 공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각종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언론의 지원과 정치 헌금인데 유대인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어 정치권 진출이 유리하다.

-한국인과 유대인을 비교한다면.
▲한국인과 유대인은 근면함, 강인한 여성, 엄청난 교육열 등에서 유사점이 많다. 그러나 결정적 차이점도 많다. 우선 공통점이기도 한 교육열의 경우 그 방법에서 큰 차이가 있다. 우리의 교육은 주입, 암기를 통한 승부형 교육인 데 반해 유대인의 교육은 창의력 배양을 위한 전인 교육이다. 그리고 유대인은 논리적인 데 반해 한국인은 논리와 토론을 싫어하는 점도 다르다. 또한 유대인은 정적(靜的)인 사고를 중시하지만 우리는 이들과 달리 역동성이 큰 점도 다른 것 같다.


◆박재선의 읽어보니 좋던데요

▲<삼국지> 나관중/최영해 역/정음사

재론의 여지가 없는 중국 4대 기서 가운데 최고봉. 본래 제명은 '삼국지연의'로 진수(陳壽)의 '삼국지(三國志)'에 서술된 위(魏), 촉(蜀), 오(吳) 3국의 역사를 바탕으로 전승되어 온 이야기들을 중국 원(元), 명(明)의 교체기 때의 사람인 나관중이 재구성한 장편 소설. 국내에 수많은 번역서와 편역서가 있으나 1960년대 초에 출판된 정음사본이 원전에 가장 가깝고 중간에 등장인물 관련 한시(漢詩)가 수록돼 있는 등 제일 충실하다.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전쟁> 아민 말루프/아침이슬

레바논 출신으로 프랑스에 정착해 1993년 공쿠르상을 수상한 소설가이자 역사가인 말루프의 명저. 아랍의 역사와 문화, 의식 세계를 사실적인 문체와 신비로운 분위기로 그려내는 탁월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아랍 쪽 사료에 근거하여 200년간의 십자군 전쟁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배워온 십자군전쟁에 대한 서구 기독교권의 해석과 대칭된 입장에서의 균형 있는 역사관을 읽을 수 있다.

▲<스피노자의 철학> 질 들뢰즈/민음사

동일성과 초월성에 반하는 '차이'와 '내재성'의 사유를 통해 기존 철학사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하고, 경험론과 관념론을 새로운 차원에서 종합하여 '초월론적 경험론'의 지평을 제시한 들뢰즈가 르네상스를 주도한 프랑스 철학자 스피노자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서. 들뢰즈를 비롯한 현대 사상가들에게 스피노자는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스피노자의 삶 자체가 사실상 한 편의 철학적 드라마였음을 보여준다.

▲<소프트 파워> 조셉 나이/세종연구원

미국을 대표하는 국제정치학자인 조셉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장이 미국의 소프트 파워와 반미주의의 실체를 규명한 책. 어느 한 국가가 '하드 파워'로 이 세상을 지배할 수 없음에도 소프트 파워의 이점을 소홀히 한 채 세계를 지배하려는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판한 책. 한 나라의 소프트 파워는 문화, 정치적 가치관, 대외정책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고 주장한다.

▲<유대인의 역사> 폴 존슨

영국의 비판적 저널리스트이자 역사저술가인 폴 존슨이 오해와 편견으로 점철된 유대인의 역사를 보다 균형적인 시각으로 조명한 책. '이토록 방대한 정보를 이토록 생동감 있게 펼쳐낸 유대인 이야기는 이제껏 없었다'고 평가받는다.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면서도 유대교의 규범과 관습을 포기하지 않았던 디아스포라와 홀로코스트를 거쳐 현대 이스라엘을 건국하기까지의 역사를 성경과 역사서를 토대로 완벽하게 재구성했다.


◆박재선 前대사는…

▲1946년 충남 공주 생
▲경기고, 한양대 상학과, 프랑스 국제행정대학원 외교과 졸
▲미국 브랜다이스대 중동유대연구소 객원교수
▲외교부 중동2과장, 주프랑스 공사, 구주국장, 주세네갈 대사, 주보스턴 총영사, 주모로코 대사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자문위원, 국제개발전략센터 이사, 정부 순회특사(현)
▲프랑스 공로훈장 등 해외 훈포장 다수
▲'세계사의 주역:유대인' '제2의 가나안:유대인의 미국' '세계를 지배하는 유대인 파워' '100명의 특별한 유대인' 등 유대인 관련 저서 다수


윤승용 논설위원 yoon6733@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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