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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칼럼]새로운 블루오션 '청색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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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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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스위스의 발명가인 조르주 드 메스트랄은 사냥을 갔다가 바지에 붙은 우엉가시를 떼내느라 곤욕을 치렀다. 여간해서 떨어지지 않는 이 식물의 끈질김에 화를 내던 그는 발명가 특유의 감이 발동해 현미경으로 우엉가시를 관찰하다 열매의 표면에 수많은 갈고리 모양의 가시가 서로 엇갈려 달려 있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

메스트랄은 이 열매를 모방하면 지퍼를 대신할 여미개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7년여의 노력 끝에 그는 마침내 두 개의 밴드로 이뤄진 벨크로(Velcro)를 발명했다. 벨크로는 한국에서는 일명 '찍찍이'라고 불리는 제품으로 신발과 옷, 가방 등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얼룩말은 흰 줄무늬와 검은 줄무늬의 상호작용으로 피부의 표면온도가 8도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얼룩말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된 일본의 사무용 건물은 기계적 통풍장치를 사용하지 않고도 건물의 내부 온도를 5도 정도 낮출 수 있어서 약 20%의 에너지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21세기 초부터 이처럼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해 자연친화적인 물질을 창조하려는 과학기술이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이 신생 분야는 생물체로부터 영감을 얻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물영감(bio-inspiration)'과 생물을 본뜨는 '생물모방(bio-mimicry)'으로도 불린다. 자연중심 기술은 1997년 미국의 생물학 저술가인 재닌 베니어스의 책 '생물모방'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베니어스는 이 책에서 "생물은 화석연료를 고갈시키지 않고 지구를 오염시키지도 않는다. 이보다 더 좋은 모델이 어디에 있겠는가"고 단언했다. 자연모방에서 인류문명의 새로운 탈출구를 찾자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2010년 벨기에의 환경운동가인 군터 파울리가 이 분야의 청사진을 '청색경제'로 지칭하면서 좀 더 구체화했다.

이 새로운 흐름을 한국에서도 신속히 뒤따라 잡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2014 한국 청색기술포럼 창립 세미나'가 그것이다. '청색기술'이란 용어를 창안하고 수년 전부터 이 흐름을 이끌어오다 이날 포럼의 회장으로 뽑힌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은 청색기술을 활용한 청색경제가 범지구적으로 인류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이 소장은 "지구상의 생물은 38억년에 걸친 자연의 연구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슬기롭게 극복해 살아남은 존재들이다. 생물 전체가 연구 대상이 되므로 그 범위는 생물학, 생태학, 생명공학, 나노기술, 재료공학, 로봇공학, 인공지능, 신경공학, 에너지 등 첨단 과학기술의 핵심 분야 대부분이 해당된다"고 강조한다.
청색기술은 일자리 창출과 환경오염 방지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도 기왕의 녹색기술과 차별화된다. 군터 파울리는 '청색경제(The Blue Economy)'란 책에서 "100가지 자연중심 기술로 2020년까지 10년 동안 1억개의 청색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획기적인 일자리 창출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금까지의 친환경 녹색기술은 환경오염이 발생한 뒤의 사후 처리적 대응의 측면이 강한 반면 청색기술은 환경오염 물질의 발생을 사전에 원천적으로 억제한다.

바로 이 때문에 청색기술(Blue Technology)이 발전하면 기존 과학기술의 틀에 갇힌 녹색성장의 한계를 뛰어넘는 청색성장으로 일자리 창출과 환경보존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으므로 명실상부한 블루오션(blue ocean)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그간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로서 압축성장을 해왔지만 이젠 청색경제에 관한 한 '시장 선도자(first mover)'가 돼야 한다"는 이인식 박사의 주장은 그래서 주목을 끈다.





윤승용 논설고문 yoon673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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