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도 카레를 사랑하는 편이지만, 일본인만큼 카레를 사랑하는 민족은 흔치 않을 것이다. 국민의 70%가 카레를 사랑하고, 카레의 본고장인 인도보다도 카레 관련 상품이 다양하다. 하지만 그 카레는 '본고장 카레'와는 엄연히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음식 문화 전문작가인 필자는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카레를 먹어 본 후, '카레란 대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품고 카레라이스의 신비를 풀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그를 혼란에서 구원해 준 것은 인도의 카레가 바로 일본으로 전래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도와 일본 사이의 연결고리는 바로 영국이다. 계기는 전쟁이었다. 영국은 벵골 지방을 기점으로 점차 인도 지배를 늘려 갔고, 이 과정에서 인도의 카레가 영국으로 전해지게 됐다. 하지만 영국인들에게 그때그때 향신료를 조합해 만드는 인도의 방식은 이해하기 힘들었고, 결국 자기들 입맛에 맞는 몇 개의 향신료를 골라 섞어 카레 가루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만들어진 카레 가루는 일본의 개항과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결국 일본으로 건너온다. 본디 인도 태생이었던 카레 요리는 당시 일본인들에게는 '서양 음식'으로 받아들여졌던 모양이다. 서양인들을 따라 고기 섭취를 늘리고 양식을 주도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카레는 그 선봉장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당근과 양파, 감자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1차 대전이 있었던 다이쇼 시대(1912~1926년)에 군대 요리로 유명해지는 등 현지화 과정을 거치면서 당근과 양파 등이 투입됐다. 그 때만 해도 당근과 양파는 '서양의 것'이었기 때문에, 같이 넣어 먹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현재의 카레 상품과 비슷한 카레 루가 보편화되면서 카레는 이른바 '국민 요리'가 됐다.
<카레라이스의 모험/모리에다 다카시 지음/박성민 옮김/눌와/1만3800원>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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