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만원짜리 맞춤 한복 입는 '콩이'…반려견 한복 불티나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1인 가구 신현성씨(39세ㆍ가명)은 이번 설 명절에 귀향하지 않고 서울에 남기로 했다. 빨리 결혼하라는 친척들의 독촉도 듣기 싫었지만 무엇보다 반려견 '콩이'를 두고 장기간 집을 비운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고향에 내려가지 않아 남는 돈으로는 콩이를 위한 한복과 간식을 샀다. 신씨는 "그래도 명절 분위기를 내는데 한복 만한 것이 없다"며 "콩이도 한 살 더 먹는데 선물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장 규모 3조원 시대를 맞아 명절 선물로 반려견ㆍ반려묘를 겨냥한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자식처럼' 키우는 반려동물을 위한 명절선물을 준비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일반적인 통조림, 식용유 등 명절선물세트를 훌쩍 넘어선 반려동물용 한복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24일 관련 업계에 다르면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의 최근 일주일(10~16일)간 반령동물용 한복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3%나 급증했다. 11번가에서도 반려한복이 성인용 한복보다 더 잘 팔렸다. 11번가의 1일부터 20일까지 반려견 한복판매량은 전년보다 77% 늘어났다. 같은 기간 성인 한복은 23% 증가에 그쳤다.

반려동물 한복이 인기를 끌자 '맞춤형' 고급 상품도 나왔다. 갤러리아백화점 펫부티크 매장에서는 반려동물의 목둘레와 가슴둘레, 등 길이 등을 측정 후 반려동물 맞춤한복 전문 브랜드 아블리샵에서 사이즈에 맞게 맞춤 제작해준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반려동물 선물세트는 지난 추석부터 판매했는데 당시에도 호응도가 높았다"면서 "올해는 특히 반려동물 한복에 관한 문의가 지난해보다 많다"고 전했다.

반려동물 한복이 이같이 인기를 끄는 것은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소비성향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반려동물 한복 가격이 싸 별 부담 없이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기본적으로 3만~4만원대 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고급형인 갤러리아백화점의 맞춤한복도 18만~29만원이어서 성인 한복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한복은 어린이 한복과 함께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1인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생각하는 고객들이 관련 제품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맞춰 유통업계는 반려동물 선물세트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반려견을 위한 설 선물 '오네이처 선물세트'를 선보였고, 동원F&B의 펫푸드 브랜드 뉴트리플랜은 반려묘를 위한 설 선물세트 '집사의 심쿵세트', '냥기충전세트' 등을 출시했다.

아에 반려동물을 위한 설 선물세트 카테고리를 따로 준비한 곳도 있다. 미니스톱은 설 명절을 맞아 반려동물 유모차와 반려묘 놀이터, 간식 등 다양한 제품을 준비했다. 미니스톱 관계자는 "반려동물 선물세트를 이전에는 개별적으로 판매했지만 고객들의 수요가 꾸준히 있어 이번에 처음으로 관련 카테고리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