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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거리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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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프랑스처럼 '거리의 정치'가 많이 이뤄지는 민주주의 국가도 드물다. 1789년 시민들의 대혁명을 통해 절대왕정을 무너뜨린 프랑스에서는 정치적 혼란이 닥칠 때마다 시민들의 폭동이 이어졌다. 파리코뮌은 노동자 계급이 정치 중심으로 등장한 역사가 됐고, 낭테르대의 휴교령으로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졌던 68혁명은 두 달간 프랑스를 전복 직전까지 몰고 갔다.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Il est interdit d'interdire)."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한 68혁명의 메시지는 지금도 파리를 뒤흔들고 있다. 4주 이상 프랑스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는 이른바 '노란조끼(Gilets Jaunes)' 운동은 불타는 차량, 유리창을 판자로 막은 샹젤리제의 상점들, 개선문 외벽에 적힌 시위 구호, 얼굴 한쪽이 깨진 마리안 조각상 등으로 대변된다. 평화 시위는 찾을 수 없다. 대표 관광지인 파리는 직격탄을 맞았고, 시위가 한 달여를 넘기면서 4분기 성장률도 반 토막 날 것으로 우려된다. 여러모로 악순환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눈길을 끄는 점은 노란조끼 운동이 여전히 프랑스인 70% 이상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민들이 직접 절대왕정을 무너뜨린 역사적 경험을 감안하더라도 확연히 높은 지지도다. 오히려 정부의 대응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무려 90%에 달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노란조끼 운동의 직접적 배경이 된 유류세 인상 계획을 철회했음에도, 노란조끼의 기세는 그치지 않고 경제사회 전반의 개혁과 정치 권력의 퇴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예상조차 못 한 방식의 시위에 기존 정치 세력은 명함조차 끼우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소득 불평등, 양극화, 높아진 실업률 등은 단지 프랑스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 프랑스 좌파 정치인의 말처럼 우리는 역사상 가장 부유하면서 동시에 부의 분배는 가장 불평등한 시대에 살고 있다. 정치철학자 마이크 샌델은 이 같은 불평등의 심화가 결국 민주사회의 기반을 파괴시킨다고 지적했다.

불과 18개월 전만 해도 좌우 구분을 뛰어넘는 새 정치인으로 기대를 모았던 젊은 개혁주의 대통령이 어떻게 권위주의, 불통 리더십의 대표주자가 됐는지도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개혁은 귀를 열고 겸손한 자세로 인내하고 설득할 때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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