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투자 막는 규제·무역전쟁 장기화…계산기만 두드리는 기업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30대 기업 중 삼성·하이닉스 제외하면 올 상반기 투자 20% 감소
미중 변수에 수출 다변화 등 국내투자 줄어들 수밖에 없어
주52시간제로 노동·경영비용 증가…신사업 진출도 막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지난해 연말 이후 삼성, SK,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아직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투자할 곳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한다.신사업을 할려고 해도 2중, 3중의 규제로 인해 포기하기 일쑤고, 여기에 어디까지 번질지 모르는 미ㆍ중 무역전쟁이라는 변수에 이도저도 못하고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는 실정이다.
◆미ㆍ중 무역전쟁 장기화…수출 전략 변화 필요 =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과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4.8%, 12%에 달한다. 전체 수출의 3분의 1 이상이 두 나라로 향하는 셈이다. 특히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미ㆍ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영향은 불가피하다.

실제 정부가 발표한 9월 수출증가율 동향을 보면, 주력업종 13개 중 반도체(28.3%), 석유제품(13.5%), 컴퓨터(5.7%)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들의 수출증가율이 전년 대비 감소세를 기록했다. 특히 철강(-43.7%), 선박(-55.5%), 가전(-35.8%), 무선통신기기(-33.1%) 등은 수출이 급감했다.

결국 국내 기업들은 미ㆍ중 무역전쟁에 대비해 수출 다변화와 생산 기지 이동 등에 따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국내 투자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올 초 세탁기 관세를 맞은 삼성전자, LG전자의 경우 미국 공장을 신설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동차에 대한 관세까지 검토하고 있어 해당 기업들에게는 비상이 걸렸다.
◆노동ㆍ경영비용 모두 증가 = 7월 시행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 고용도 필요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근로시간 단축의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기업이 기존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연간 12조3000억 원에 달한다. 경영계에서는 일부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현행 3개월까지 가능한 탄력 근무제 기간을 6개월 혹은 1년으로 늘려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아직 정부에서는 검토 중인 상황이다.

뿌리깊은 노사갈등 역시 투자를 위축하는 주요 요인이다. 최악의 경영 실적을 받은 현대차는 지난 6월부터 노동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광주시와 '광주형 일자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나 노조의 반대에 제동이 걸렸다. 광주형 일자리는 기존 자동차 공장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의 절반정도인 4000만원만 받기로 하고 자동차 공장을 유치해 1만2000개의 지역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 역시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강화하고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및 지주회사 기준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대규모 지분 매입 및 매각을 할 수밖에 없게 됐으며, 그 틈을 탄 해외 투기세력에 경영권을 위협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기업들로서는 설비, 연구개발(R&D) 보다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실탄 마련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신사업 진출은 규제에 막혀 = 기업들이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활로는 막혔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세계 100대 혁신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의 사업 모델 중 절반 이상이 국내에선 규제 때문에 불가능하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 중국, 동남아에서도 손쉽게 볼 수 있는 사업모델이 우리나라에서는 불ㆍ편법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의료기기 분야, 인터넷전문은행 분야, 개인정보 분야에 대한 규제 완화를 수차례 강조했지만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더불어 대기업의 업종 제한을 두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이 12년만에 부활하면서 경영 자율성은 더욱 침해됐다. 그 자리는 규제를 받지 않는 외국계 대기업이 속속 차지하고 있다.

또한 지주회사가 벤처캐피털(CVC) 회사를 설립해 스타트업 투자와 인수합병(M&A)를 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어 대기업들은 국내 대신 해외 스타트업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규제를 받고 있는 LG그룹은 6월 스타트업 투자회사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설립했다.

홍성일 한경연 경제정책팀장은 "기업이 수익이 나야 투자도 집행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수익이 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을 해야한다"며 "규제 때문에 못했던 것을 찾아서 풀어주고, 정상적으로 경영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필요한 규제에 대해서는 속도조절을 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이수만과 상하이 동행한 미소년들…데뷔 앞둔 중국 연습생들? '허그'만 하는 행사인데 '목 껴안고 입맞춤'…결국 성추행으로 고발 음료수 캔 따니 벌건 '삼겹살'이 나왔다…출시되자 난리 난 제품

    #국내이슈

  • 관람객 떨어뜨린 카메라 '우물 우물'…푸바오 아찔한 상황에 팬들 '분노' [영상] "단순 음악 아이콘 아니다" 유럽도 스위프트노믹스…가는 곳마다 숙박료 2배 '들썩' 이곳이 지옥이다…초대형 감옥에 수감된 문신남 2000명

    #해외이슈

  • "여가수 콘서트에 지진은 농담이겠지"…전문기관 "진짜입니다" [포토] '아시아경제 창간 36주년을 맞아 AI에게 질문하다' [포토] 의사 집단 휴진 계획 철회 촉구하는 병원노조

    #포토PICK

  • 벤츠 신형 C200 아방가르드·AMG 출시 속도내는 中 저고도경제 개발…베이징서도 플라잉카 날았다 탄소 배출 없는 현대 수소트럭, 1000만㎞ 달렸다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대통령실이 쏘아올린 공 '유산취득세·자본이득세' [뉴스속 용어]"이혼한 배우자 연금 나눠주세요", 분할연금제도 [뉴스속 그곳]세계문화유산 등재 노리는 日 '사도광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