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부애리 기자] “‘평양선언’은 헌법 제60조 제1항이 적용되는 ‘조약’이 아니라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남북합의서’이다. 평양선언’은 ‘조약’임에도 국회동의를 받지 않아 헌법파괴라는 한국당의 주장은 황당하고, 이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하는 언론은 무책임하다.”
조국 대통령 민정수석이 24일 밤 11시 56분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군사합의서를 국회 동의없이 비준한 것은 위헌이라는 야당 주장과 이를 보도한 언론을 질타한 것이다.
일부 청와대 참모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현안과 관련해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서는 입이 없다’며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나서지 않는 대다수 참모들과는 다른 행보다. ‘페북 정치’를 한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청와대 내부는 ‘참모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페이스북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참모는 조 수석이다. 그는 25일 오전에도 게시물 2개를 올렸다. ‘소에게 무엇을 먹일까하는 토론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소를 굶겨 죽였습니다. 백의 이론보다 천의 웅변보다 만의 회의보다 풀 한짐 베어다가 쇠죽 쑤어준 사람 누구입니까. 그 사람이 바로 일꾼입니다’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을 담은 사진과 ‘여야가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도입에 합의했다’는 기사를 링크했다.
조 수석은 유명인의 명언을 인용하거나 기사 링크를 거는 방식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민정수석으로서 ‘월권’을 한다거나 수사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임종석 비서실장도 가끔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다. 임 실장은 지난달 11일 정치권 중진들을 향해 "어지러운 한국 정치에 '꽃할배'같은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오셨으면 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가 제안한 남북정상회담 동행을 거절하자 페이스북을 통해 재차 동행할 것을 부탁한 것이다. 임 실장은 사석에서 기자들에게 “한 달에 한 번 정도 꼭 필요한 말을 올린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을 통한 의견 개진은 이전 정부 청와대 참모들과는 다른 소통 방식이다. 이전 정부 청와대 참모들은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 등에서 하고 싶을 말을 하면 기자들이 이를 보도하는 방식이었다.
페이스북을 애용하는 참모들은 기자들을 잘 안 만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국 수석은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언론 인터뷰는 물론이고 기자들과도 거의 만나지 않는다. 임종석 비서실장 역시 출입 기자들이 얼굴 보기 힘든 참모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면 기사로 나가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도 보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는 반면 페이스북에는 본인이 필요한 이야기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참모들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청와대 내부에서는 해야 할 말이 있을 경우 페이스북을 활용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거나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조국 수석도 지난 19일 민정 수석의 개입을 비판하는 보도에 대해 “법관·재판의 독립을 중대하게 훼손한 사법농단 사태의 주요 측면에 대해 민정수석이 관심을 표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은 현 정부 청와대의 국정 홍보 방식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최근 유럽 순방에서 다음 국가로 이동할 때마다 방문국에서 느낀 소회를 ‘파리를 떠나며’, ‘로마를 떠나며’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올렸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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