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한 지난 2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서 '인간현수막' 아르바이트 중인 김모(77) 할머니 손에 휴대용 선풍기가 들려 있다. 사진=김민영 기자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지난 2일 오후 1시께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 노량진역 사거리 인도 한쪽에서 2명의 70~80대 할머니가 3m가량되는 현수막을 양쪽에서 잡고 서 있었다. 할머니들은 일명 ‘인간현수막’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었다.
할머니들은 이 일을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인 오후 12시에서 2시 사이에 2시간 동안 한다고 말했다. 시급은 1만원. 이날은 조금 늦게 나와 오후 12시 20분 시작해 2시 20분까지 2시간을 채워야 한다고 했다. 기온을 확인해 보니 37도였다. 체감온도는 40도에 육박했다. 선캡을 쓴 두 할머니는 2만원을 벌기 위해 뙤약볕에 서서 2시간 동안 화장실도 가지 못한 채 현수막을 들고 서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마칠 때까지 1시간 넘게 함께 있어보니 건장한 기자도 지쳐 고꾸라졌다. 5분도 안돼 온 몸이 땀에 젖었고, 30분이 넘어가자 발바닥과 무릎, 허리에 통증이 느껴졌다.
올해 77살인 김모 할머니는 “2시간 서 있어도 아프지 않다”며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운동이 되고, 서 있는 것도 운동이어서 건강해 진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요즘 가장 많이 팔리는 휴대용 선풍기로 더위를 식혔다. 김 할머니는 전단지 나눠주는 일까지 해 한 달에 70만원 정도 손에 쥔다.
인간현수막은 옥외광고물법상 불법이지만 할머니들을 단속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동작구 관계자는 “(인간현수막에) 과태료를 부과한 적 없고, 계도 위주로 하고 있다”며 “단속반이 뜨면 할머니들이 현수막을 바로 접어 철수한다”고 했다.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화곡역 인근에서 만난 80대 가판대 주인은 에어컨 없이 선풍기로만 더위를 버텼다. 8년 째 장사 중인 한행부(81) 할아버지는 “에어컨 놓을 공간이 없어 선풍기 1대로 여름을 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판대 옆 노점 9곳은 이날 문을 닫았다. 한씨는 “이런 더위엔 노점상도 피서를 간다”면서 “몸이 아픈 할머니를 위해 장사가 안돼도 평일에는 문을 연다”고 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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