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긴 장마가 지나면 '모기(Mosquito)'가 극성입니다. 작은 고추는 맵지만 그보다 작은 모기는 아픕니다. 처음에는 가렵지만 긁다보면 아프지요. 그러다가 질병이라도 옮기면 큰병이 됩니다.
일반적인 모기는 가벼운 가려움증과 발진을 일으키는데 그치지만 작은빨간집모기는 일본뇌염, 중국얼룩날개모기는 말라리아, 아에데스 알보픽투스는 뎅기열을 전염시키고, 황열이나 웨스트나일열 등의 질병도 모기에 물려 전염됩니다.
모기가 옮기는 대표적 질병 중에 말라리아는 전 세계에서 해마다 500만명 정도가 걸리는데 이 중에서 100만~200만명이 사망합니다. 차츰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제 3세계의 5세 미만 어린이들의 사망과 청력 손실의 주요 원인은 말라리아입니다.
곤충류에 속하는 모기는 기온이 평균 14~41℃ 사이에서만 성충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모기의 활동시기는 더 빨라지고 더 길어졌습니다. 국내에서는 요즘 4월이면 모기가 발견됩니다. 지구의 전반적인 기온 상승이 모기의 활동시기를 2개월 이상 앞당긴 것입니다.
지구온난화는 모기의 서식지도 넓혔습니다. 일반적으로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모기들은 주로 아프리카 등 열대 지역에 서식해왔습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도 해발 1624m인 케냐의 나이로비, 1479m인 짐바브웨의 하라레 같이 고도가 높은 곳은 기온이 서늘해서 모기가 없는 말라리아 안전지대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고산지역도 기온이 올라가면서 모기들이 서식하게 됩니다. 말라리아 안전지대는 옛추억이 된 셈이지요.
심지어 국내에서는 추위가 한창인 겨울에도 모기가 발견됩니다. 이렇게 모기의 생명이 질겨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기를 위한 좋은 서식환경이 도심에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모기가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빠는 이유는 알을 낳기 위해서입니다. 산란기의 암컷 모기가 자신의 난자를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동물성 단백질이 필요합니다. 사람이나 동물의 피는 단백질과 철분 등 영양소가 풍부해 모기가 번식하는데 필요한 최고의 영양식인 것입니다. 산란기의 암컷 모기가 아닌 다른 모기들은 벌이나 나비처럼 꽃의 꿀이나 나무 수액, 이슬 등을 먹습니다.
모기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 공급원인 사람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도시인데 도시에서도 아파트는 쌓아둔 도시락(?)입니다. 아파트에는 물탱크와 온수 탱크 같은 저수 시설과 지하 주차장의 배수구처럼 겨울에도 바깥과 달리 기온이 따뜻하고 얼지 않는 '물웅덩이'가 늘 존재합니다. 이곳에서 성충 상태로 겨울을 나고, 기온이 높아지면 주린 배를 채우러 밖으로 나와 열심히 돌아다니는 것이지요.
모기는 시각과 후각, 열감으로 사람을 찾는다고 합니다. 특히 사람이 내뱉는 이산화탄소를 통해 50m 밖에 있는 사람을 감지하고, 10m 거리 이내로 접근하면 시각으로 목표물을 탐색할 수 있습니다. 모기는 높은 곳에 있는 먹이감을 탐지해도 날개에 힘이 약해 올라가지 못하는데 고층 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약한 날개에 로켓을 달아준 셈이라고 하는군요.
사람보다 모기가 엘리베이터를 더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날개없는 사람이 높은 곳을 오르내리기 위해 만든 아파트 시설이 모기에게는 아이언맨 수트를 입힌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그래도 우리에겐 모기약이 있습니다. '②모기 퇴치법-침 먼저 바른다고?' 편에서 모기 퇴치법에 대해 함께 살펴 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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