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핵실험장 폐기… 우라늄탄 개발 여부 미궁 속으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남측 공동취재단이 23일 오후 북한 강원도 원산 갈마비행장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다면 고농축우라늄(HEU)탄 개발 여부를 확인하기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2013년 2월 3차 핵실험 때 HEU를 원료로 사용해 핵실험을 감행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당시 한미 양국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이 진행했던 방사성 물질 포집 과정에선 확인되지 않았다.

24일 군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후 출입구를 폐쇄해 버리면 그동안 핵실험에 어떤 원료를 사용했는지 검증할 수 없다"며 "결국 북한은 검증되지 않은 핵무기 보유를 강조하면 국제사회와 협상카드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6차례의 핵실험과 원심분리기 가동을 통해 수십기의 HEU탄을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핵실험장 폐기로 인해 결정적인 증거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의 핵실험 원료를 검증하려면 핵실험 이후 10일내에 한반도 상공에 떠다니는 제논, 클립톤, 세슘 같은 인공 방사성 핵종을 포집해야한다. 하지만 한미 정보 당국은 1차 핵실험 이후 포집에 실패했다. 2010년 지그프리트 헤커 박사가 서방과학자로는 마지막으로 영변 핵시설을 방문해 우라늄 농축 시설을 목격한 것이 전부다.

북한은 영변 우라늄 시설에서 2010년 말 이후 연간 최대 40㎏의 HEU를 생산할 수 있는 2000기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0㎏가량의 HEU로 핵폭탄 1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연간 4기의 HEU탄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북한이 개발한 HEU탄을 비밀장소에 감춰도 추적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북한 당국은 방북한 내ㆍ외신 취재진의 방사선 측정장비도 압수했다. 방사능 측정은 물론 폭파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공기포집도 모두 원천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이 22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등 전문 단체가 배제된 것과 관련해 "검증조치라기보다는 화려한 쇼에 가깝다"라고 비판한것도 이 때문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