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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선고 기준 바뀔까? '이영학' 재판부, '다수의 피해자' 아니지만 사형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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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사형집행을 전제로 만들어진 기존 판례 변화 필요성"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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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여중생인 딸의 친구를 납치해 성추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영학에 대해 법원이 사형선고를 내리자 법조계의 반응이 뜨겁다. 기존 판례와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판례가 바뀌어야 한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법조계에서는 이영학에게 사형이 선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범행수법이 잔인하고 부도덕하고 죄질이 나쁜 범행동기, 반성하지 않는 태도, 높은 재범 우려 등을 감안하더라도 피해자가 1명 뿐이라는 점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983년 이후 사형선고 기준에 대해 일관된 판례를 고수해 왔다.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극형’인 만큼 범행동기나 죄질, 살해수단과 방법의 잔악성, 결과의 중대성, 피해자의 수 등을 고려해 예외적인 경우에만 선고되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또, 범인의 연령이나 교육정도, 생활환경, 범죄전후 상황 등 제반여건과 사정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2000년대 중반 이전에는 사형선고 기준 가운데 한두가지 정도가 미흡하더라도 도덕적 비난가능성이 크고 범행이 잔인하면 사형선고를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가 실질적 사형폐지국이 된 뒤에는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형선고를 하지 않는 경향이 강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이후 적어도 2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사형 확정판결이 내려진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
극단적이고 잔혹한 범행으로 온 사회에 충격을 줬던 오원춘이나 김길태에게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것도 ‘다수의 피해자’가 아니라는 점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엽기적인 범행으로 경악할 수 밖에 없었던 ‘인천초등생 납치-피살사건’의 경우도 무기징역이 가장 무거운 형이었다.

2009년 마련된 양형기준도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 2013년 5월부터 시행된 현행 ‘살인범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살인범죄를 5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는데, 동기에 따라 '참작동기 살인' '보통동기 살인' '비난동기 살인' '중대범죄 결합 살인'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등 5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사형선고가 가능한 제5유형 '극단적인 인명경시 살인'의 판단기준에 '2인 이상의 다수의 피해자'가 포함된다. 살인범죄 유형 중 범행동기가 외 피해자 수가 판단기준에 포함된 것은 제5유형이 유일하다.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제4유형 ‘중대범죄 결합살인’은 피해자 수와 상관없이 강간살인, 인질살인, 강도살인 등이 해당된다. 계획적이고 잔혹한 범행, 반성하지 않는 태도, 시신훼손 등 가중요소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최대 사형까지 가능하지만 피해자가 다수가 아니라면 사실상 무기징역이 최고치라는데 법원 안팎의 의견이 일치된다.

법조계에서는 이영학에게 사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될 경우, 2000년대 중반 이후 강화된 사형선고 기준이 일정부분 완화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대형로펌 소속의 중견 변호사는 “현재 사형제가 실질적으로는 사면없는 종신형과 같아졌다면 사형집행 가능성을 전제로 만들어진 기존 판례의 변경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영학의 아내와 계부가 이영학으로 인해 죽음을 택하는 등 간접적·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정”이 있고 “법정에서 보인 태도를 볼 때 재범의 우려가 커 영구히 사회로부터 격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영학에 대한 사형선고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향후 대법원의 태도 변화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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