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김여정 회담 무산 "北 먼저 관계개선 타진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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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북한과 미국은 서로 대화에 얼마나 준비됐을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방한 기간에 만남을 가지려다 무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반목(反目)'해오던 두 나라가 비공식 접촉을 시도했고 불발되는 과정 전말에 담긴 의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게 엇갈리고 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펜스 부통령이 최근 한국을 방문했을 때 북한 대표단과 잠시 만날 뻔 했다"면서 "부통령은 이를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는 기회로 만들기 위해 준비했었다"고 설명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그러나 북한 당국자들이 막판(the last minute)에 회동을 취소했다"며 "우린 이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미 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해 미 정부 대표단장 자격으로 한국을 찾았던 펜스 부통령이 지난 10일 김여정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과의 '비밀 회동'을 예정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 김여정 제1부부장이 청와대에서 오찬한 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WP는 이번 대화를 북측이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북측이 펜스 부통령과 만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파악한 이후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도 이를 중재했다는 설명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의 제안이라는 점에서 미국을 단순히 떠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미국과 대화 내지 협상을 원하고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회동을 갑작스레 취소한 것은 펜스 부통령의 방한 일정에 대한 항의 차원이라는 해석이 우세적이다. 펜스 부통령은 한국에서 탈북자들을 만나 북한 인권 상황을 비판했고, 개막식에는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된 후 사망한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친이 참석하기도 했다.

북한이 애당초 대화를 원하지 않았으며 현 단계에서 대화를 해봐야 기대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도 보인다. 조영삼 북한 외무성 국장은 지난 8일 "미국에 대화를 구걸한 적이 없고 평창에서 미국과 만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미국이 비핵화를 원한다는 점을 알고 있는데도 먼저 미국에 대화를 제안했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라며 "다만 본격적으로 비핵화 협상을 하기 위한 것 보다는 미국과 관계 개선 가능성을 타진하려고 했지만 펜스의 강경한 행보를 보고 무산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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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