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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가면 뭐해, 희망이 없는데” 시설 꺼리는 노숙인, 정서적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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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밤 서울역 근처서 까는 이불 2개와 덮는 이불 2개로 노숙인 A씨가 추위와 싸우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12일 밤 서울역 근처서 까는 이불 2개와 덮는 이불 2개로 노숙인 A씨가 추위와 싸우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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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문수빈 기자, 고정호 기자] “시설? 거기 가면 희망이 없어, 추워도 밖에서 있을 거야 빨리 일자리 구해서 결혼도 하고 그럴 거야”
12일 밤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지는 등 서울에 올겨울 첫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이 날 서울역 중앙지하도 근처에서 잠자리를 찾던 노숙인 A(47)씨는 ‘시설’ 이라는 단어에 목소리를 높이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거기서) 주는 밥이나 먹으면 잠만 자고 돈도 안 되고. 희망이 없는데 내가 뭘하냐는 말이야”라며 “시설 가자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그 시설이 뭐길래 들어가라고 하는 거야”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A씨는 “밥을 주는 거 오히려 거지를 만들지”라며 “늦은 나이긴 한데 하찮은 일이라도, 그릇 닦는 거나 닭똥 치우는 거라도 하고 돈 벌어서 따듯한 방에서 아늑하게 자고 싶다”고 토로했다.
12일 서울에 올 겨울 첫 한파주의보가 발령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7시 서울역. 사진=고정호 기자 	jhkho2840@asiae.co.kr

12일 서울에 올 겨울 첫 한파주의보가 발령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7시 서울역. 사진=고정호 기자 jhkho284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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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B(51)씨도 “날이 추워져서 잘 시간이 되면 사람이 더 많아졌다”며 “방이 꽉 차고 코 골고 더럽고, 온갖 냄새가 진동한다”며 이같은 이유로 시설에 들어가기를 꺼렸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6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결과 및 향후 대책’에 따르면 거리 노숙인의 시설 미이용 사유를 질문에 ‘단체생활과 규칙 때문에’라는 응답이 31.2%로 가장 높았으며 ‘실내 공간이 답답해서’(21.1%)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사진=서울시청 희망길잡이 제공

사진=서울시청 희망길잡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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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시에 위치한 노숙인 복지 시설은 모두 45곳으로 ▲종합 일시보호시설 2곳 ▲일시보호시설 4곳 ▲요양시설 6곳 ▲재활시설 8곳 ▲자활시설 25곳이다. 해당 시설들은 현재 용산구, 성동구, 서대문구, 영등포구 등지에 흩어져 있으며 현재 2950명의 노숙인이 입주한 상태다.

해당 복지 시설들은 거리 노숙인에 잠자리를 제공하거나 복지 시설 입소, 의료 및 법률 정보 등을 지원하며 노숙인들이 낮은 기술 수준으로도 진입이 가능한 일자리를 주선하는 등 이들의 자립 활동을 돕는다.

12일 밤 노숙인들이 서울 중앙 지하도에 짐을 놓고 추위를 피해 이동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12일 밤 노숙인들이 서울 중앙 지하도에 짐을 놓고 추위를 피해 이동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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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같은 시설에도 여전히 노숙인들은 거리를 전전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에 대해 장준배 전국 노숙인시설협회 사무처장은 “응급 상황으로 들어오는 노숙인들의 경우 규율이 있어 단체 생활을 싫어한다”며 “이런 분들은 일주일 정도 있다가 나가고, 또다시 응급으로 들어오고 반복된다. 회전문 현상이다”고 말했다.

회전문 현상은 노숙인이 시설의 입소와 퇴소를 반복하는 것으로 노숙인 시설의 대표적인 문제로 꼽힌다. 서울역에서 만난 C씨는 “시설을 한번 갔는데 갑갑해서 도로 나왔지”라며 “사람들이 투덜대기도 하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에 대해 박순우 공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노숙인 보호시설은 단순하게 물질적 지원에 그치고 심리적 부분에 대한 지원이 상당히 약하다. 정서적 지원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기관을 구축해야 한다”며 “노숙인이 퇴소해도 지속적해서 상담을 이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박 교수는 “노숙인 문제는 사회적으로 대표적인 사각지대기 때문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며 “노숙인이 처음 상담했던 시설이 그 사람에 대한 파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타 기관보다 이 시설이 상담을 이어가는 것이 적극성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문수빈 기자 soobin_222@asiae.co.kr
고정호 기자 jhkho284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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