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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지금은 통일보다 평화유지가 유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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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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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엔(UN)총회는 외교적 수사가 아닌 원색적인 발언으로 분위기가 스산했다. 발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강국 지도자로서 품위를 잃은 발언 때문이었다.

과거 케네디 대통령은 "인류가 전쟁을 전멸시키지 않으면, 전쟁이 인류를 전멸시킬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로 소련의 핵전쟁 위협을 지적했었는데 지금의 대통령은 "로켓맨", "범죄 집단" 등 직설적 언사로 시비를 걸었다.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김정은의 이름으로 '미치광이의 나발'이니 '겁먹은 개' 등 욕설로 반격했다. 김정은이 직접 응수함으로써 일약 트럼프와 동격이 됐다.
최근 한반도 근해에는 미국의 최첨단 전략무기들이 속속 집결하고 있다. 항공모함, 핵 잠수함을 비롯해 북한이 제일 두려워하는 전략폭격기는 북한의 영공 근처를 배회하면서 여차하면 공격을 가할 태세를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군사옵션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북한을 위협했고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국무장관에게 무안을 주면서까지 방아쇠를 당기려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전쟁 일보직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서부영화에서 미국이란 보안관이 북한이란 무뢰한과 대치하면서 권총을 누가 먼저 뽑아서 쏘려는 대결장면과 같다. 이제 북한 김정은에게는 계속 고립의 길로 갈 것인지 아니면 대화로 풀 것인지 양자간 선택만이 남았다. 하지만 그에게도 결단내리기 어려운 사정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첫째, 그가 미국에 굴복하여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려면 내부적으로 큰 모험이 따르게 된다. 그는 지금까지 미국과 대결한다고 큰소리치면서 정권을 공고하게 유지해 왔다. 만약 이런 큰소리가 북한 인민들에게 종이호랑이로 인식되면 정권자체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런 정권존립의 위기를 해소하려면 지금까지 대화를 강조해 온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두 나라는 김정은 정권 유지의 레버리지 역할을 함으로써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힘을 받쳐주어야 할 것이다.
둘째, 김정은은 대외적으로 직접 접촉을 기피하며 은둔해 왔다. 그가 만난 외국인사는 그리 많지 않다. 미국 농구선수 출신인 데니스 로드먼,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정도이고 외국 VIP는 대개 대리격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만났다. 아마 연령적인 조건도 그렇고 교양, 품성, 대화 기술 등을 모두 드러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를 대리하는 가장 신뢰하는 대화 상대가 누구일지 상정해야 한다. 최근에 감투를 여러개 쓴 최용해가 적절치 않을지 추측해 본다. 그는 김정은을 대리해 중국에도 갔었고 국제무대에도 자주 나섰다. 물론 인천 아시안게임 때도 다녀갔다.

셋째, 북한은 미국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핵무기를 포기하면 북한은 리비아의 카다피 신세가 될 것이라고 경계할 것이다. 또 과거의 사례를 보면 북한은 자기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상대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테면 우라늄탄을 몰래 개발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경수로 사업이 중단됐는데도 미국이 약속을 위배했다고 비난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불신은 더 클 것이다. 왜냐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재협상 하자는 판이고 이란과의 핵문제 합의도 무효라고 하는 판국인데 어찌 믿겠는가.

따라서 북한이 불신하고 경계하는 부분에 대해 우리 정부가 나서서 해소하는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 북한에게 정권을 붕괴시킬 의도가 없다는 점을 믿게 하고, 미국과 세계 여러 나라가 약속한 사항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분명한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통일보다 평화유지가 더 중요하다. 우리가 통일을 강조하면 할수록 이는 흡수통일이라는 오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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