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인들 "'공포 정치' 보는 것 같다"
럭비는 규칙이 생명이다. 거친 몸싸움을 하는 경기라 규율을 어기면 큰 부상자가 나올 수 있고, 통제 불능의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사력을 다해 싸우면서도 상대를 존중하고, 앙금을 남기지 않는다. 매우 격렬하지만 럭비가 '신사의 스포츠'로 불리는 이유다.
그런데 규칙을 만들고, 이를 장려해야 할 대한럭비협회는 딴판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상급 단체가 규정을 깡그리 무시한 행정을 거듭하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지난 4일 내분으로 혼란스러운 럭비협회에 관한 온라인 기사를 보도했다. ▶관련 기사 참조 "갈 길이 바쁜데…" 집안싸움에 표류하는 럭비協. 남자 15인제 대표팀이 지난 5월 뉴질랜드에서 한 전지훈련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이 훈련은 최윤 럭비협회 부회장(54·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이 비용을 대 성사되었다. 그런데 럭비협회는 이 훈련이 이사회나 이상웅 회장(59·세방그룹 회장)의 승인 없이 진행됐다면서 지난달 24일 최 부회장과 조성철 기술강화위원장(55), 존 월터스 감독(45 ·뉴질랜드) 등을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공정위)에 회부했다. 공정위는 협회 임직원과 선수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 곳이다.
조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체육회 공정체육부에 이의신청을 했다. "대표팀 기술강화위원장 해촉은 협회 공정위의 권한이 아니니 징계도 부당하다"는 내용이다. 체육회에서는 지난 7일 '적의조치하라(규정에 맞게 조치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협회 측은 "체육회에서 (조 위원장이)직권남용을 했다는 유권해석을 해 징계했다"고 주장했다.
럭비협회 기술강화위원회 규정 제 8조에 따르면 협회장만 대표팀 기술강화위원장을 해촉할 수 있다. 이 역시도 위원장이 스스로 물러나거나 질병, 해외출장 등으로 장기간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실정법을 위반했을 때만 가능하다. 협회는 체육회가 적의조치를 통보한 다음날 위원장 해촉 징계를 협회장 명의로 바꿨다. 그러나 협회장의 해촉을 정당화할 근거도 불분명하다. 오히려 임직원 채용의 결재권을 가진 이상웅 회장에게 문제 소지가 있다. 협회는 지난 4월24일 새 사무처장을 뽑는 공고를 냈다. 지원자는 토익이나 토플, 텝스 등 어학시험 성적을 필수로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합격자 A씨는 이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도 6월부터 버젓이 근무하고 있다. 한 럭비인은 "규정을 정하고 지켜야할 협회 수뇌부가 이를 무시하고 강제력을 행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공포 정치'를 보는 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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