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대한럭비협회가 내홍을 겪고 있다. 남자 국가대표팀의 해외 전지훈련을 문제 삼아 '제 식구'를 징계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사연은 이렇다. 남자 15인제 대표팀이 지난 4월22일~6월3일 홈앤드어웨이로 우리나라와 일본, 홍콩 등 3개국이 대결한 2017 아시아럭비챔피언십에 출전했다. 5월27일 홍콩과의 홈경기를 앞두고는 조직력을 맞추기 위해 2주 동안 뉴질랜드로 가 전지훈련을 했다. 럭비협회 부회장으로 일하는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54)이 선수단 항공료를 포함한 훈련비용을 댔다. 그런데 럭비협회는 이 훈련이 이사회나 이상웅 협회장(59·세방그룹 회장)의 승인 없이 무단으로 진행됐다면서 지난달 24일 최윤 부회장을 비롯해 대표팀 업무를 책임지는 조성철 기술강화위원장(55)과 존 월터스 감독(45·뉴질랜드) 등을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공정위)에 회부했다. 공정위는 협회 임직원과 선수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 곳이다.
이 관계자는 "징계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한체육회에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전지훈련을 추진한 인사들이 직권을 남용했다는 결론을 받아 공정위에 회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경기단체와 마찬가지로 공정위는 독립기구다. 협회가 징계를 내리는데 관여할 수 없다. 공정위도 전지훈련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기 때문에 이런 결론이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위원장은 다른 말을 했다. 그는 "연초에 일본 전지훈련에 대한 이사회 승인을 받았는데 현지 사정으로 계획이 틀어졌다. 국내에서는 훈련할 상대가 마땅치 않아서 월터스 감독이 잘 아는 뉴질랜드로 훈련지를 급하게 변경한 것이다. 협회 사무처 직원을 통해 항공편도 문의했는데 보고하지 않은 무단 훈련이라는 얘기는 터무니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심의하던 기존 공정위원장과 부위원장이 그만뒀다. 너무 말이 안 되는 사안이라고 본 것이다. 협회가 급하게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새로 선임한 뒤 이런 징계가 나왔다.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훈련비를 지원한 아프로서비스그룹 측도 "최 회장이 협회 임원인데다 전지훈련이 불순한 목적도 아닌데, 협회 사무처와 이야기도 하지 않고 대표 선수들을 해외까지 몰래 데려갈 이유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전지훈련에 참가한 선수들 중에는 군인 신분인 국군체육부대 소속도 있었다. 협회나 부대장의 사전 승인 없이 이들이 해외로 나가기는 불가능하다.
최 회장은 럭비협회의 요청으로 2015년 12월15일 부회장을 맡아 지난해 3억 원을 지원했다. 매달 2500만원씩 협회 통장에 입금되는 이 돈은 남자 대표팀 감독, 코치의 급여와 국내 체제 비용을 비롯해 일부 선수(3명)들의 숙식비로 쓰인다. 반면 협회는 "후원에 감사하지만 (최 부회장이)이번 전지훈련처럼 규정을 어기고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협회는 예전 비리 의혹에 연루되어 대한체육회로부터 한 차례 기관 경고를 받았다.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 반복되고 또 한 번 경고를 받으면 관리 단체로 지정되기 때문에 피해가 크다. 원칙대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체육회나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를 통해서라도 이 문제에 대한 협회의 공정성을 입증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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