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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너지원 몰려온다]1년 새 1000만t 도입…중동산 밀어낼까

최종수정 2017.08.12 09:00 기사입력 2017.08.12 09:00

GS칼텍스, 하반기 430만배럴 추가 도입키로
SK이노베이션도 첫 미국산 원유 수입…100만배럴
다만 1년 동안 사들인 원유량 5일치에 불과해
아직 중동산 넘어 대세되기엔 한계 지적


▲GS칼텍스가 지난해 12월 미국의 원유 금수 조치 해제 이후 국내 정유회사 최초로 미국 내 채굴 원유를 국내에 들여왔다. 미국산 이글포드 원유 100만 배럴을 실은 초대형 유조선 이즈키호가 전남 여수 제 2원유부두에 접안한 모습.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국내 정유사가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리고 있다. 운송비를 감안해도 주로 사들여온 중동산보다 경제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냉랭해진 한미 통상관계를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요청에 보조를 맞춘 것이기도 하다.

1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이달부터 오는 11월까지 미국 본토에서 채굴된 원유 432만배럴을 도입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1~12월 정유사 최초로 원유 200만배럴을 들여왔고, 지난 6월엔 50만배럴을 추가 도입했다.

SK이노베이션도 미국산 원유 수입에 가세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는 미국 본토(텍사스주 서부에 위치한 미들랜드) 중질원유 100만배럴을 도도입한다. 지난달 계약을 마쳤으며, 이달 중 30만t 원유운반선(VLCC)에 선적해 오는 10월 울산항으로 들여올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산 원유수출이 해제되기 전인 2015년 7월에도 미국산 원유를 간헐적으로 들여왔으나 규모가 극히 적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국산 원유라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할만 한 건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미국산 중질유도 이번에 처음 들여왔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까지 동참하면서 2015년 12월 미국의 원유수출 해제 이후 사실상 모든 정유사가 미국산 원유를 들여오게 됐다.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국내에 들어온 미국산 원유는 총 512만배럴이다. 현대오일뱅크도 올 5~6월 미국산 원유 200만배럴을 수입했다. 한화토탈 역시 지난 3월 50만배럴을 수입한 바 있다. 에쓰오일은 대주주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사인 아람코여서 미국산 원유 수입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를 합하면 지난 1년 간 도입된 미국산 원유는 1000만 배럴을 넘길 전망이다. 최근 5년 간 미국산 원유 수입은 연간 300만배럴을 넘기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성장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연이어 미국산 원유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두바이유) 보다 미국산(서부텍사스원유ㆍWTI)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WTI 가격은 과거 두바이유보다 비쌌지만 지난해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원유 감산에 합의하면서 역전됐다. 최근 들어 가격차가 좁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두바이유 가격이 WTI 보다 비싸다. 7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51.24달러, WTI는 49.17달러로 집계됐다. SK이노베이션은 가장 큰 걸림돌인 운송비도 근처에 있는 멕시코산 원유를 함께 선적하는 방식으로 낮췄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세율이 0%인 점, 중동산 보다 미국산 중질유에서 마진이 좋은 휘발유ㆍ경유가 더 많이 나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정유사의 미국산 원유 수입은 이런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정부의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정책에 호응한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한미 통상마찰을 완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전략으로 정유사를 비롯한 에너지 기업에 미국산 원유ㆍ가스 도입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일일 석유사용량은 평균 200만 배럴. 결국 1년 동안 사들인 원유 규모가 5일치분 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중동산 원유 수입은 올 상반기만 4억배럴을 넘겼다. 전체의 85%에 육박한다. 미국산 원유가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탈피하고 대세가 되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원유가 중동 두바이유보다 저렴하지만 운송비 등 여전히 걸림돌이 있다"며 "작은 유조선에 나눠 싣지 않으면 파나마운하 통과도 어려워 장기계약은 무리"라고 말했다.

국내 정유사는 앞으로도 미국을 포함해 다양한 지역에서 원유를 수입, 중동에 치우쳤던 원유 도입처를 넓힐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정세가 불안한 만큼 의존도를 낮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경제성 있는 다양한 지역의 원유 도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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