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시간 의무 준수시 엉뚱하게 버스기사 처벌, 사고 은폐-자부담 관행화, 근로시간 제한 예외 등 제도적 '사각지대' 놓여...버스업계, 개선 목소리 높아
10일 오후 경기 여주시 강천면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향으로 달리던 노선버스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승용차와 충돌했다. 119구조대와 경찰이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경기 여주소방서 제공 = 연합뉴스]
12일 버스업계에 따르면 버스 기사들은 최대 월 300시간에 이르는 장기간 근무로 인해 피로ㆍ졸음 운전의 위험에 내몰려 있지만 제도적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이를 두고 휴게시간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선 사실상 사업주 측의 환경 조성이 필수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엉뚱하게 버스기사에게도 책임을 묻는 바람에 현장에선 전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상기 전국공공운수노조 서경버스지부장은 "현장 사정상 회사에서 휴게 시간ㆍ장소를 제공하지 않아도 기사들은 아무 소리도 못해 아무런 효과가 없는 상태"라며 "휴게시간 보장에 아무런 효과도 없는 만큼 버스기사들을 처벌할 것이 아니라 사업주들을 처벌하는 쪽으로 가야된다"고 말했다.
버스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사고 처리 은폐ㆍ자부담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작은 사고들이 누적돼 큰 사고가 나기 마련인데, 버스기사들은 평상시 사고가 나도 징계가 두려워 신고ㆍ보험처리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부담으로 처리하는 게 관행화 돼 있다. 각 버스 회사들도 보험료 인상 등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고를 낸 기사에게 적게는 운행정지 30~60일에서 권고 사직 등 중징계를 내리면서 자부담 처리를 암묵적으로 종용하고 있다.
박 지부장은 "사고가 나면 회사 측이 자부담을 요구하는데, 특히 계약직 버스 기사들은 재계약이나 정규직 취업에 지장을 줄까 두려워 마지못해 응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법적 근거도 없이 관행화돼 있어 대형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버스기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제한(주당 40시간+초과근로 12시간)의 예외 대상이라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월 300시간 이상의 '살인 운전'이 일상화되고 있어도 법의 사각지대라 조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사고 처리 부담을 버스기사들에게 전가시키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실제 발생하는 버스 사고는 공식 통계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이라며 "휴게시간 의무 미준수시 사업자뿐만 아니라 버스기사를 처벌하는 것은 결국 알아서 잘 숨기라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휴게시간이 아니라 운전시간 제한으로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하며, 결국 사람을 더 뽑고 차량을 더 배차해서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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