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수도 '강화도' 복원…30년간 3조원 투입, 역사문화단지 조성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시가 몽골 항쟁 당시 고려 수도였던 강화도의 역사유적을 대대적으로 복원하는 사업에 나선다. 향후 30년간 국·시비 등 총 3조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시는 2018년 고려 개국 1100주년을 맞아 5대 분야 20개 사업으로 구성된 '강도(江都)'의 꿈 실현 프로젝트'를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강도(江都)는 몽골 침략 이듬해인 1232년부터 1270년까지 39년간 강화도가 고려의 전시(戰時) 수도 역할을 했을 때 사용된 이름이다.

강화도는 경주·부여·공주·익산처럼 민족의 정치·문화 역사자산이 숨 쉬는 고도(古都)인데도 고려 항몽기에 대한 연구가 미흡해 다른 고도처럼 역사문화단지가 조성되지 못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인천시는 '강도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

시는 우선 내년 말까지 총 60억원을 들여 고려 강도 미니어처를 제작하고 전시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미니어처는 중국 시안에 있는 당나라 수도 장안의 황궁 미니어처를 벤치마킹해 제작된다. 시는 사업 예정지를 물색하며 세부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강도 시기 고려 정궁 위치를 재조사하고 발굴해 정궁을 재건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이를 시작으로 경주 보문단지처럼 고려역사문화단지를 30년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강화도 수도가 자리 잡았던 강화읍 일대에서는 복개된 동락천을 생태하천으로 개발하고 주변에 고려역사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궁궐·관아·체험시설과 숙박·휴양시설을 만들 예정이다.

고려 강도 시기는 팔만대장경과 상정고금예문이 제작됐던 때다. 시는 찬란했던 고려 강도 의 기록유산을 보전하기 위해 팔만대장경 판당(보관터)을 찾기 위한 학술조사를 벌인다. 발굴된 판당지에 판당(장경각)을 건립해 세계평화와 남북통일을 담은 평화대장경을 간경·봉안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시는 또 강화산성, 강화외성, 삼랑성, 강화돈대 26개 등 강화 해방관방유적과 고려왕릉 4기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고, 강화 정수사 법당과 강화 전등사 대웅전을 국보로 승격하는 작업을 추진한다.

이밖에 내년 고려개국 1100주년을 기념해 남북의 고려시대를 공유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 강화와 개성간 다양한 교류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유물 교류전, 고려왕릉 사진전, 남북 학생 역사탐방, 남북 역사학자 국제학술회 개최 등이다.

강화는 선사시대 고인돌부터 근세 강화도조약의 현장까지 그 자체가 '지붕없는 박물관'이다. 이에 시는 고려 왕의 길, 관방유적의 길, 고인도의 길 등 다양한 소프웨어 콘셉을 개발하는 등 프로그램 중심의 세계 최초의 신개념 박물관을 만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시 관계자는 "전란 위기 속에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강도를 복원함으로써 고려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강화도를 역사문화관광의 중심지로 육성할 방침"이라며 "강도 프로젝트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정부 부처 및 지자체, 여러 유관기관 간 협업과 재원 확보에 힘 쓰겠다"고 밝혔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