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소년들의 까만 음악, 펑크(Funk)의 스탠다드 넘버가 되다
와일드 체리는 보컬과 기타를 맡은 롭 패리시(Robert Parissi)를 중심으로 오하이오에서 결성된 록밴드였다. 메이저 데뷔 이전 한 차례 해체했지만 이내 재결성했고, 무대에 오를 때마다 관객들의 요청에 따라 디스코나 펑크 등 댄스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노래 속의 가사(“Play That Play Funky Music, White Boy”)은 이 시절에 주로 듣던 말이다.
아무래도 앨범 안에서 첫 곡과 비견할 곡을 찾기가 어렵다. 다른 곡들이 모자란다기보다 첫 곡이 워낙 대단하다. 거기에 ‘아이 필 샌티파이드(I Feel Sanctified)’는 명백하게 ‘플레이 댓 펑키뮤직’의 재탕이며 ‘왓 인 더 펑크 두 유 씨(What In The Funk Do You See)’는 첫 곡의 변종이다. 오히려 첫 곡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운 ‘홀드 온(Hold On)’이 돋보인다. 전형적인 블루아이드 소울(Blue-eyed Soul)인 이 곡은 분명 와일드 체리답지 않지만 낭만적이며 우아하다.
와일드 체리의 데뷔 앨범은 ‘플레이 댓 펑키 뮤직’에 매료된 팬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앨범이지만 남긴 것도 ‘플레이 댓 펑키 뮤직’뿐이다. 밴드는 1979년까지 매년 앨범을 내며 부지런히 활동했지만 종착역은 ‘마이 샤로나(My Sharona)’를 히트시킨 낵(Kanck)과 함께 원히트 원더를 대표하는 뮤지션. 하지만 ‘플레이 댓 펑키 뮤직’은 스탠다드 넘버로 남아 드라마, 영화, CF에서 심심찮게 들리고 ‘CF 컬렉션’같은 컴필레이션 앨범에도 성실히 출석한다. 이 곡이 지닌 원초적인 활기가 펑크 애호가들뿐 아니라 각기 다른 취향을 지닌 대중들에게도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Wild Cherry》는 70년대의 유행을 넘는 보편성을 지니며 잘 만든 작품은 취향을 압도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좋은 사례다. 지금도 어딘가의 라디오에서 꾸준히 사람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중.
서덕(문화평론가)
꼭 봐야할 주요뉴스
"이재명, 투표 조작에 당선 무효"…대법까지 간 소...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