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교수는 책 ‘코리아 4.0 지금이다’에서 “영국은 1960년대 유럽을 휩쓴 사회주의 바람에 따라 엘리트 교육을 중시하는 전통에서 벗어나 평등주의로 전환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는 학생의 능력에 따른 선택적 교육이 획일적 교육으로 대체됐고, 평균은 높아졌으나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는 데엔 실패했다고 설명한다.
대학은 과학뿐 아니라 기술과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한다. 강 교수는 “산업사회가 지식기반 사회로 전환되고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대학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국내 주요 대학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수준이 되지 않으면 우리나라도 선진국 반열에 오르지 못한다는 뜻이다. 시대와 지구촌의 변화도 변화지만, 현재 한국이 처한 단계를 고려할 때 국내 대학의 경쟁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 경제가 모방하고 추격하는 기존 단계에서 탈피해 산업 선도자가 되고 선진국으로 올라서려면, 대학이 앞서서 이끌고 뒤에서 받쳐줘야 한다는 말이다. 즉, 대학은 전보다 더 창의적이고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고 미래지향적인 연구와 융합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
세계적인 명문 대학이 만들어지기 위한 조건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들은 우수한 교육과 연구 성과, 정책·사회·문화 환경, 재정여건, 대학 지배구조 등 네 가지를 꼽는다.
그러나 해법이 없는 문제는 없다. 해법은 규제를 풀고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사립대학에게는 학생 선발부터 등록금, 정원, 교과과정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 또 나눠주기식을 지양하고 우수한 연구에 예산을 지원함으로써 연구 수월성을 추구하도록 해야 한다.
정갑영 연세대 전 총장 등은 공저 ‘대학교육의 혁신’에서 “자율권을 받은 국내 대학들이 내부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나가면 한국은 아시아의 교육 허브로 발전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아시아의 교육 허브가 되면 학령인구 감소와 해외유학 등 여러 현상과 그로 인한 결과가 완화될 수 있다. 대학에는 한국의 경제·사회·문화가 얽히고설켜 있다. 대학 문제를 먼저 풀어냄으로써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순서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본다.
백우진 한화투자증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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