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과정을 거친 대표적인 사례가 부가가치세다. 1971년 검토가 시작된 부가세는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 학계와 행정부, 국회에서 수없이 많은 '끝장토론'이 오간 끝에 법제화 됐으며 1977년 9월 시행을 앞두고서는 국세청이 3월과 5월 7월 세 차례나 도상연습을 거듭했다. 일일이 상인과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세금계산서 작성을 연습시켰다. 부가세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작은 법안이나 정책이 발표될 때도 국민들의 혼선을 줄이기 위한 사전준비가 철저했다. 혼선이 일어나 문제가 될 경우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장관에서 실무공무원까지 라인 전체가 책임을 지기 때문에 사전준비와 도상연습이 철저할 수밖에 없었다.
정책의 도상연습과 준비가 부족하기로는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넘기기로 한 정부 결정도 마찬가지다. 민간기업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고 시장규율을 바로 세우기 위해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넘긴 것은 맞는다고 하더라도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해외 채권단의 인질이 돼 먼 바다를 떠돌 수많은 선박들에 대한 처리방안은 철저하게 사전 검토해 국가경제 전체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했어야 한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초래된 수많은 국제 물류 혼선을 막을 책임은 분명히 정부에 있다.
부동산 정책도 오락가락 하기는 마찬가지.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엄청난 유동성들이 갈 곳이라고는 부동산밖에 없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사태였다.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에 이른 상황에서 부동산 버블이 갑자기 꺼지거나 금리가 오르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상상초월이라는 것도 누구나 예측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몇 년이나 부동산 경기를 묵인(혹자는 '조장'이라는 표현을 한다.)하더니 올 들어서는 정책이 몇 달 간격으로 계속 달라지고 있다. 지난 8월 부동산 대책에서는 분명히 "냉, 온탕 정책은 안 한다"면서 실수요자들을 위해 아파트 집단대출을 용인한다고 발언하더니 최근에는 시중은행에 아파트 집단대출을 억제하라고 주문하는 등 갑자기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다. 정책의 시그널이 불분명하면 혼선이 발생하고 선의의 피해자들이 늘어난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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