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심리 살아나나…전자 '웃고' 자동차 '울고'

7월 제조업 업황BSI 72…14개월만에 최고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1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자와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기업심리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으로 자동차와 1차 금속은 체감경기가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달 제조업의 업황 BSI는 72로 지난달에 비해 1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난해 5월(73) 이후 14개월만에 최고치이며, 올 들어 가장 높다.

BSI는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수로, 지수가 100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제조업 업황BSI는 지난 2월(63) 이후 상승하다가 4월부터 지난달까지 71을 유지했다.

이번 기업경기는 업종별로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대표적으로 체감경기가 살아난 곳은 전자와 석유화학이다. 전자·영상·통신장비의 업황BSI는 76으로 전월(66)에 비해 10포인트나 올랐다. 석유정제·코크스의 경우에도 전월에 비해 15포인트나 오른 82를 기록헀다.

하세호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 과장은 "전자는 8~9월 신규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관련 반도체 부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체적으로 좋게 나왔다"며 "석유화학의 경우 판매제품인 에틸렌 가격이 오르면서 석유화학사의 영업마진이 커질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1차금속과 자동차 업황BSI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1차금속은 6월 79에서 7월 67로 13포인트 하락했다. 미국이 지난 21일 한국산 철강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매기기로 한 데다 국내 철강 판매가격도 7월 중 하락세를 보이면서 업황BSI가 타격을 입었다. 자동차 업황BSI의 경우 지난달 말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되면서 전월에 비해 8포인트 떨어진 80으로 집계됐다. 일부 완성차업체에서 파업을 진행하면서 부품 수요가 감소될 거란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구조조정 여파로 대폭 하락했던 조선·기타운수 업황BSI는 11포인트 오른 40을 기록했다. 전월에 대한 기저효과와 일부 조선 기자재업체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상승했다. 8월 전망BSI는 35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달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여파는 크지 않았다. 다만 제조업체들이 꼽은 7월 경영 애로사항에서 '불확실한 경제상황'이 20.7%로 전월에 비해 1.9%포인트 늘었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의 업황 BSI는 78, 중소기업은 64로 6월에 비해 각각 2포인트, 1포인트 올랐다. 수출기업은 74로 전월에 비해 3포인트 상승했으나 내수기업은 전월과 동일한 71을 유지했다.

8월 제조업 업황 전망BSI는 71로 전월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하 과장은 "일반적으로 7~8월에는 BSI가 줄어드는 편"이라며 "미국이 1차금속에 해당하는 철강 제품들의 반덤핑 관세 조치를 8~9월에 결정하기로 해 업체들이 부정적으로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15~22일에 진행됐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총 2882개 업체가 조사에 응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