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29년만에 소요죄로 법정에 세운다고?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경찰, 한상균 소요죄 추가 적용 검찰 송치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경찰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사실상 사문화된 '소요죄' 적용을 강행하면서 재판 과정에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8일 한 위원장에게 소요죄를 추가로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 집회 등 올해 민노총 주최로 서울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불법ㆍ폭력 시위를 주도하고 선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애초 구속영장 신청 단계에서는 배제했던 소요죄를 경찰이 적용하기로 함에 따라 수사지휘 과정에서부터 교감해 온 검찰이 소요죄를 적용해 기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형법은 다중이 집합해 폭행ㆍ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한 경우 이를 소요죄로 처벌하고 있다. 유죄가 인정되면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ㆍ금고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수사 단계에서 소요죄가 적용된 마지막 사례는 1986년 5월3일 인천에서 벌어진 '5ㆍ3 인천사태'다. 소요죄는 이후 30년 가까이 실무적으로 활용된 적 없는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소요죄는 실제 적용 사례가 너무 오래돼 법원 전산망에서도 과거 판례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사법업무 전산화를 추진한 건 1970년대부터다.

소요죄는 형량 측면에서 통상 개별 집회 참가자에게 적용되는 죄목보다 무겁게 처벌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집회 참가자들이 도로 등을 점거하는 경우 인정되곤 하는 일반교통방해죄 형량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이다.

수사기관은 '민중총궐기' 집회를 사전 기획된 폭력시위로 명확히 규정하고자 소요죄 적용을 강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당시 집회의 규모ㆍ성격에 비춰 법원이 실제 소요죄를 인정할지는 논란이 분분하다.
판례 등에 따르면 법원은 한 지방에 있어서의 공공의 평화, 평온, 안전을 해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소요죄를 인정하고 있다. 실제 유죄 판단으로 이어진 건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재판이 진행된 5ㆍ3 인천사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사례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법원이 소요죄를 인정하더라도 이후 재심 등을 통해 혐의를 벗은 경우도 적지 않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을 맡고 있을 당시 대구고법은 국가보안법 및 데모규제법 반대집회 참가자들의 소요죄를 유죄로 봤다. 하지만 당시 100여명의 시위대와 이에 호응하는 600여 군중이 경찰과 충돌한 사건은 재심을 거쳐 올해 5월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그 밖에 계엄군과 충돌했던 광주민주화운동 참가자들 다수도 재심을 거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과거 소요죄를 적용했던 부마 및 5ㆍ18일 민주항쟁은 모두 역사적으로 사법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며 "유신시대 유물에 불과한 소요죄 적용은 현 정권을 향한 빛바랜 충성은 될지라도 나가도 너무 나간 무리한 법해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자동차 폭발에 앞유리 '박살'…전국 곳곳 '北 오물 풍선' 폭탄(종합) 하이브, 어도어 이사회 물갈이…민희진은 대표직 유임 (상보) 김호중 검찰 송치…음주운전·범인도피교사 혐의 추가

    #국내이슈

  • 중국 달 탐사선 창어 6호, 세계 최초 달 뒷면 착륙 트럼프 "나는 결백해…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버닝썬서 의식잃어…그날 DJ는 승리" 홍콩 인플루언서 충격고백

    #해외이슈

  • [포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현충일 [이미지 다이어리] '예스키즈존도 어린이에겐 울타리' [포토] 시트지로 가린 창문 속 노인의 외침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다'

    #포토PICK

  • 베일 벗은 지프 전기차…왜고니어S 첫 공개 3년간 팔린 택시 10대 중 3대 전기차…현대차 "전용 플랫폼 효과" 현대차, 中·인도·인니 배터리 전략 다르게…UAM은 수소전지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심상찮은 '판의 경계'‥아이슬란드서 또 화산 폭발 [뉴스속 용어]한-UAE 'CEPA' 체결, FTA와 차이점은? [뉴스속 용어]'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속도내는 엔씨소프트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