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평범하고 성실한 아들이었으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삶을 살아온 피고인을 끔찍한 살인범으로 변하게 한 것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왜곡된 물질만능주의 등도 일부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판결 中)
'서초 세 모녀' 살인 사건은 물신주의와 왜곡된 가장 의식이 맞물렸을 때 어떤 참극이 발생할 수 있는 지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돈과 명예 등 보이는 것에만 가치를 두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고 성찰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강씨의 좌절은 '중심주의적'사고로 설명할 수 있다"며 "서울·명문사립대 대한민국의 중심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자 극도의 불안을 느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 교수는 "강씨에게 서울을 벗어난 삶·강남을 벗어난 삶은 실패한 삶으로 규정된다"며 "'어느 아파트' 같이 눈에 보이는 것으로 자신의 사회적 삶이나 자존감이 결정된다고 보는 것"라고 지적했다.
이순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가장으로서 과도한 책임감을 가진 사람들은 부인과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는다"며 "결국 자기가 책임지니까 그들의 생명도 뺏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가족의 문제는 의논하고 노력하며 협력을 통해 헤쳐나가야 하는 것인데 모든 책임이 남자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극단적인 사고"라고 덧붙였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물질적인 차원에서만 가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왜곡된 인식"이라며 "가장의 역할 모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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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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