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박기춘(59) 의원이 구속됐다. 그의 혐의에 대한 추가 수사도 진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중앙지법 김도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해 "소명되는 주요 범죄혐의의 내용과 범행 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면서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분양업체 I사 대표 김모씨에게 명품시계와 명품가방 등 3억5800만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의원의 비리 의혹은 분양업체 특혜를 수사하며 불거졌다. I사 대표 김씨는 하청업체들과 거래하며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I사가 지난 2008년 설립 이후 대형건설사들로부터 40여건의 분양대행사업을 수주하며 급성장한 업체라는 점에 주목해 이 과정에 특혜가 있었고 대가성 금품이 오갔을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해왔다.
검찰은 박 의원이 받은 금품의 성격이 대가성은 입증되지 않는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때문에 그에게 정치자금법 위반죄를 적용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된다.
검찰은 또 박 의원이 수사에 대비해 받은 금품 돌려주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은닉 교사)도 있다고 파악했다. 검찰은 박 의원이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달 초에 분양업체 I사 대표 김씨에게 청탁 등 명목으로 받은 명품시계 7점, 명품가방 2개를 정씨를 통해 다시 돌려준 정황을 포착했다.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 의원 측근 정씨는 금품을 김씨에게 다시 주며 "박 의원의 지문을 지워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비리 의혹에 대해 자수서를 내고 대체로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달 29일 검찰에 출석해서도 "구차한 변명은 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의원이 구속되며 그의 추가 혐의 수사도 진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I사 대표 김씨는 박 의원 친동생과 별도로 2억5000만원 상당의 금품거래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금액이 박 의원에게 준 것이라면 그의 금품수수 혐의 액수는 늘어날 수 있다.
박 의원이 남양주의 토지변경 인허가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추가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 앞서 검찰은 남양주 고위 공무원이 토지용도를 불법적으로 변경해준 정황을 포착했다. 남양주 시청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검찰은 "박 의원과 연결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그의 지역구와 연관된 일인데다 박 의원 수사가 진행되던 시점에 이뤄진 압수수색이라 이 사건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한편 박 의원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또 내년 총선에도 불출마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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