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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근심을 덜어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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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나다는 뜻의 '우(優)'자가 근심(우ㆍ憂)이라는 문자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옛사람들이 어떤 이를 뛰어난 사람이라고 봤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서 흥미롭다. 걱정이 많은 사람이 '우수한' 사람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는 걱정이 많은 소심한 이가 뛰어난 사람이라는 뜻인가. 아니다. 자신(己)의 일로 염려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人)의 일로 걱정이 많은 사람을 말함이다.

그리고 아마 여기에 사회를 이끌 공인이 갖춰야 될 조건이 또한 제시돼 있는 듯하다. 다른 사람의 일을 걱정한다는 것은 세상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이며, 앞서 예측하는 것이며, 넓게 살펴보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이의 걱정을 자신의 것으로 가져오고, 미래의 큰 우환을 지금의 작은 근심으로 미리 가져오니 늘 근심이 많은 것이다. 옛 현인의 말처럼 세상의 걱정을 남보다 앞서서 하고, 세상의 즐거움을 남보다 뒤에 누리는 이들인 것이니, 이런 이들이야말로 사회를 이끄는 일을 맡아야 할 이들이 아닌가 싶다.
마침 오늘(30일)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데 적잖은 역할을 하는 '선량' 10여명을 뽑는 날이다. 자신의 대표를 뽑는 이 일에 저마다 기준으로 삼는 것이 마련돼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후보의 학력이 화려해서, 어떤 이는 그가 일궈낸 부나 권력의 성취가 대단해서, 어떤 이는 자신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어서, 또 어떤 이는 후보의 잘생긴 얼굴과 웃는 표정이 맘에 들어서 표를 주기로 마음을 먹었을 수 있다. 어떤 기준이든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국회의원들에게 바라는 기대치가 얼마나 낮은 수준인지를 생각한다면 어떤 선택의 기준이든 뭐라 흠을 잡기 어려울 듯하다.

다만 열심히 땀을 흘리며 일해도 세상살이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라면, 한숨을 내쉬는 일이 잦은 사람이라면, 그래서 걱정할 게 적잖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나눠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를 찾아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근심이 많아 다소 그 얼굴의 표정은 어두워 보여도, 심려 때문에 나이에 비해 얼굴에 주름살이 좀 많아 보여도 그것이 자신의 일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일에 대한 걱정으로 생긴 것으로 보이는 후보가 있다면 그 '우수한' 사람을 선택해 보는 것도 좋겠다. 그래서 자신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 보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그건 비단 국회의원을 뽑는 것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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