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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순혈주의'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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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출신 외 학생에 차별·인격모독 일삼아…게시판도 따로 개설해 이용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서울의 '주요' 대학에서 학부 출신 여부와 소속 단과대, 입시전형, 캠퍼스 등에 따라 서열을 매기고 상대를 비하하는 이른바 '순혈주의' 행위가 만연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별짓기'가 유독 한국에서 두드러진 현상으로 학연·혈연·지연주의가 대학까지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 '스누라이프' 운영진은 커뮤니티 회원들의 의견을 수용해, 서울대 학부생과 학부 출신 졸업생만 이용할 수 있는 게시판을 별도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서울대 학부생과 타 대학 출신 대학원생 사이에서는 게시판의 설치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학부생 사이에서는 지나친 엘리트의식을 반성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우리끼리 놀고 싶다는데 왜 난리야", "타대생은 전부 내쫓아야 한다", "학부도 아닌 지잡대(지방 대학을 낮춰 부르는 말)들은 제발 꺼져라"라는 식으로 비(非)학부생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글이 많았다.
서울대뿐만이 아니다. 고려대·연세대 등 이른바 '명문대'라고 불리는 학교의 인터넷 익명게시판에는 학부와 비(非)학부는 물론 같은 학부 내에서도 캠퍼스와 소속 단과대, 입시전형 등으로 상대를 구별지으며 폭언과 욕설 등 인격모독 행위를 일삼는 글이 난무하고 있다.

신조어도 등장했다. 상당수 학생들은 벌레를 뜻하는 '충(蟲)'이나 '퀴(바퀴벌레)'를 입시전형 등과 연결시키고 '수시충', '지균충(지역균형 선발전형생)', '로퀴(법학전문대학원생)', '법퀴(법학전문대학원생)'라는 단어를 만들어 조롱하는 등 학내 서열화를 부추기고 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생 윤지나(27·가명)씨는 "평소에 자주 웃으며 만나는 학부생이 익명의 공간에서는 우리를 비하하고 조롱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씁쓸하다"며 "전에 있던 대학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명문대 학생들의 이러한 '구별짓기' 행위가 한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는 비단 대학사회만이 아닌 한국사회의 자화상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실력으로 인정받는 채용 및 평가 시스템이 제도화 돼야 한다고 충고한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순혈주의나 엘리트의식은 한국처럼 위계질서가 강하고 서열의식이 강한 사회에서 나타난다"며 "자신과 상대를 끊임없이 구별지으며 사회에 한정돼 있는 권력, 지위, 명성 등을 독점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이어 "김재온 아이오와대학 석좌교수에 따르면 세계의 언어 중 유일하게 한국어와 일본어만이 위계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어 자체가 위계적인 관계를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계적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수평적인 언어사용에서부터 출발해야 하고,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학연·혈연·지연이 아닌 개개인의 능력과 업적에 의해서만 평가와 채용이 이뤄지는 '능력주의(merito cracy)' 사회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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