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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QM3' 생산기지, 스페인 바야돌리드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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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파업 악순환…공장 폐쇄 막아낸 勞政

【바야돌리드(스페인)=주상돈기자】최근 스페인 바야돌리드로 향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기자가 탄 승용차는 시속 80∼120km의 속도로 마드리드에서 서북쪽으로 달렸다. 2시30여분 후 'RENAULT'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인구 32만명의 작은 도시 바야돌리드에 르노그룹 스페인 공장이 들어선 것은 지난 1953년. 올해로 설립 60주년을 맞은 오래(?)된 공장에 들어서자 낯익은 차가 보였다. 'QM3', 유럽에선 '캡처(CAPTUR)'라 불리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이다.
최근 QM3의 인기로 이 공장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전까지는 오욕의 역사현장이었다. 노조 파업, 생산물량 감소 등의 악순환을 거치면서 공장 폐쇄 위기에 몰렸다가 노조변화, 정부지원, 회사 결정이 합쳐져 부활한 공장이다.

◇60년 역사, 천당과 지옥을 경험하다 = 스페인 바야돌리드 르노자동차공장은 말그대로 천당과 지옥을 모두 경험한 공장이다. 지난 2003년 연간 26만대를 생산하며 바야돌리드 시 재정을 책임졌던 르노공장의 몰락은 한순간이었다. 지난 2006년 이 공장의 총 생산량은 고작 7만9000대. 전년 16만대의 절반도 못미칠만큼 생산량이 곤두박질쳤다. 공장이 적자를 내는 것은 당연지사. 적자를 견디지 못한 공장은 결국 감원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노조의 반발은 예상했지만 그 강도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전체 직원의 절반가량인 1300명이 해고되는데 노조가 가만히 있는 것 또한 이상한 일이다. 조용한 시골 도시 바야돌리드는 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불난 집에 기름 = 생산량 급감, 공장 적자, 근로자 해고, 파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바야돌리드 시민 전체가 들고 일어섰다. 르노가 개발중인 신차를 바야돌리드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르노그룹 경영진을 압박했다. 스페인 정부도 바야돌리드 시민 편에서 르노그룹 경영진의 결정을 촉구했다. 결국 르노그룹은 해치백 신차 클리오를 바야돌리드 공장에서 생산키로 했다.
엎친데 덮친 격일까.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세계 경제가 급속히 냉각됐다. 전혀 예상치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엄습했다.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굳게 믿었던 바야돌리드 공장의 생산 증가는 말그대로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2007년 10만대를 정점으로 2008년 9만3000대, 2009년 9만4000대, 2010년 8만5000대, 2011년 9만7000대, 2012년 8만3000대 등 생산량은 형편없었다.
루이스 에스떼베스 수아렌스 바야돌리드 르노공장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2006년 이후 파업은 재앙수준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공장에 타격을 줬다"고 회고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본 노조 = 적자를 거듭하던 바야돌리드 르노공장은 공장폐쇄를 검토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자, 노조가 생각을 달리했다. 노조 스스로 밑빠진 독에 물을 계속 부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임금을 동결했다.

물론 파업도 철회했다. 초과근무 수당도 포기했다. 공장의 폐쇄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노조 스스로 변한 것이다.

스페인 정부 역시 공장 폐쇄를 막기 위해 발벋고 나섰다. 희망퇴직자에게 퇴직금 일부를 지원했다. 세제지원은 말할 것도 없었다.
노조가 스스로 공장 살리기에 나서고, 스페인 정부마저 지원을 아끼지 않자 르노그룹도 큰 결단을 내렸다.

르노그룹의 야심작 '캡처(CAPTUR)' 생산을 스페인 공장에 전담키로 한 것이다.
캡처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한국에서 사전예약 8000대를 넘어섰고,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각국에서 캡처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까를로스 이쓰끼에르도 바야돌리드 르노공장 프로덕트 매니저는 "지난 7월10일부터 2교대 생산에 들어갔다"며 "지난 2006년 3교대에서 1교대로 생산을 축소한 지 8년만 2교대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바야돌리드(스페인) =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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