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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힙합은 문화, 내 삶의 방식"(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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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힙합은 문화, 내 삶의 방식"(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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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금준 기자]가수 그레이가 새 미니앨범 '콜 미 그레이(Call me Gray)'를 들고 다시 대중들 곁으로 돌아왔다. 이번 앨범은 그가 지난해 발표한 데뷔곡 '깜빡'과 '깜빡 리믹스'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그레이는 언더그라운드 힙합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가수였다. 그는 탁월한 프로듀싱 능력을 인정받아 문명진, 로꼬, 스윙스, 자이언티 같은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이번에야말로 다른 가수 앨범 프로듀서가 아닌 '힙합가수 그레이' 본인을 대중들에게 알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앨범 타이틀도 그래서 '콜 미 그레이'로 지었다. 흥미진진한 그레이의 음악세계에 발을 들여놔 봤다.

"힙합을 안 했으면 평범한 회사원이 됐을지도 모르죠. 제가 이래봬도 컴퓨터공학 전공했거든요. 원래 '투잡'을 못 뛰는 성격이에요. 부모님 설득에 실패했으면 지금 이 자리에 그레이도 없었겠죠. 그만큼 절실하게 음악을 원해서 다른 길은 일찌감치 포기했던 것 같네요."

그레이는 다소 엉뚱한 첫마디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이색적인 대답은 다르게 보면 힙합 음악에 대한 그의 강렬한 열망을 알 수 있는 증거가 되기도 했다.
"물론 제가 재능이 전혀 없는, 예를 들면 '음치'나 '박치'였다면 너무 힘든 선택이겠죠. 만족감보다는 고통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자신감이 있었죠. 대학 전공보다 음악을 더 잘한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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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믿는다는 것이 어려운 일임을 감안할 때 그레이의 자신감은 놀라워 보였다. 믿음이란 의심하지 않는 강인한 마음, 사람이 항상 그렇게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자신감 이면에 웅크리고 있을 좀 더 진솔한 그의 감정이 궁금했다.

"당연히 어려운 부분이죠.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다가도 슬럼프가 닥치면 또 한 없이 다운되는 게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그런 경험 자체가 소중하다는 게 중요하죠. 그런 침체된 상황을 곡으로 쓰면 주위 반응이 더 좋다니까요."

"또 작업할 때 버릇이랄까, 어떤 느낌에 꽂히면 먹지도 않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폐인처럼 음악만 계속 하죠. 억지로 쥐어짜지 않아요. 이번 앨범 수록곡인 '인 마이 헤드'가 그래서 애를 먹였죠. 1절 가사를 쓰고 1년 동안 2절을 비워뒀어요. 웃긴 얘기지만 한참 나중에 쓰려니 감정이입을 다시 하느라 힘들었죠."

그레이는 음악작업에 진척이 없을 때는 뭘 하느냐는 질문에 '쿨'하게 논다고 대답했다. 주로 같이 어울리는 멤버들은 그가 속한 비비드크루 동료들. 비비드크루는 그레이와 엘로, 로꼬, 자이언티, 크러쉬로 구성된, '언더' 때부터 생사고락을 같이 한 힙합뮤지션들의 집합소다.

"만나면 술 먹고, 그러면서 결국은 음악 얘기를 해요. 동료들이 '이거 좋더라' 해서 듣다보면 또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죠. 술집도 힙합 음악이 나오는 곳으로 가요. 제가 뭘 하나 해도 결국은 힙합이죠. 직업병 같기도 하지만 힙합이란 게 원래 그런 것 같아요. 하나의 문화이면서 생활의 방식이죠."

"아, 그리고 전에 한 힙합사이트에서 인터뷰를 했어요. 노래에 욕이 없는 이유를 묻던데, 그건 강요로 되는 게 아니라고 답했죠. 제 있는 그대로의 삶이 힙합인데, 남들이 하는 것과 비교하진 말았으면 좋겠어요. 스윙스는 스윙스의 스타일이 있고, 그레이는 그레이만의 스타일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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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는 음악에 있어서는 '자기 스타일'에 대한 고집이 대단했다. 실제로 그의 작품에 대한 애착은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뮤직비디오 촬영 감독님까지 다 제가 정했어요.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안 되죠. 노래 듣는 사람들도 그걸 다 느껴요. 제가 할 줄 모르는 전문 분야는 맡기되 완전히 놔버리면 안되죠. 그게 아티스트잖아요."

마지막으로 그레이는 다시 대중들 앞에 서는 각오를 전했다. 그의 확고한 모습은 대중 가수라는 타이틀 속에서도 힙합퍼 그레이만의 독특한 개성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가요계 진출 자체가 제가 감독인데 선수로도 출전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아이돌 그룹과 차별점이 생기죠. 제 힙합은 결국 자기만족이에요. 대중의 인기나 돈의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싫은 건 'No'라고 말할 수 있어요."

"사는 게 다 그렇지 않나요. 죽으면 끝이죠. 새로운 경험도 더는 없어요. 후회 없는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네요. 지금 노래를 발판으로 공연도 더 많이 하고, 몰랐던 사람들과 작업도 다양하게 하고 싶어요. 이제 겨우 시작을 알렸으니 계속 그 다음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이금준 기자 music@asiae.co.kr
사진=정준영 기자 jj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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