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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신흥시장]③빚으로 나라 살림 꾸려가는 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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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5월 양적완화 축소 방침을 발표한 이후 통화가치가 급락한 국가 중에는 터키도 포함돼 있다.


터키는 통화가치 하락, 저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 등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웃나라인 시리아의 내전이 격화되면 국방비 지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새로운 부담도 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터키가 빚으로 살림을 꾸려가는 부채 경제라는 점이다.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단행하고 금리가 오를 경우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여지도 없지 않다
.
터키 앙카라의 터키 중앙은행 본부 건물 앞으로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다.

터키 앙카라의 터키 중앙은행 본부 건물 앞으로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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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터키 리라 가치는 지난달 27일 달러당 2.0326으로 지난 5일 역대 최저치(달러당 2.08)에 근접한 수준으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월1일(달러당 1.75리라)에 비하면 근 15%나 하락한 것이다.


리라 가치 하락은 달러 표시 수출품 가격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이지만 터키에서는 수입품 가격을 올려 물가를 자극할 뿐 수출 증대에는 별로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터키는 한마디로 고물가 저성장에 신음하고 있다. 터키 중앙은행에 따르면, 2분기 말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분기에 비해 1%포인트 오른 8.30%를 기록했다.



반면, 성장률은 낮다. 2분기 성장률은 4.4%로 1분기 2.9%보다 높다. 그러나 성장률 자체도 건전하지 않다. 건설부문이 7.6% 성장하 GDP성장을 견인했다.이는 가계와 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쓴 것과 무관하지 않다. 터키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은 13일까지 1년 동안 각각 28%와 41% 증가했다. 중앙은행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결과로 풀이된다.

더욱이 연간 성장률 전망은 당초 목표 4%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알리 바바잔 부총리는 이달 3일 민영 카날 24 방송에 출연, “올해 GDP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 4%를 달성하기 어렵다”면서 “3%는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페르 차을라얀 경제부 장관도 지난달 4일 아나툴루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의 출구전략 등 대외여건 악화로 터키 경제전망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터키는 2010년과 2011년 각각 9%와 8.8%의 고속 성장을 했으나 지난해 2.2%로 성장률이 급락했다.성장엔진이 꺼지고 있는 셈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위험 수위를 넘었다. 2011년 GDP의 10%인 770억 달러를 기록한 경상수지 적자는 7월 말까지 420억달러를 나타냈는데 연간으로는 600억달러, GDP의 6.8%를 기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5%를 넘으면 위험수준이라고 판단한다.

올해 600억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는 월 50억달러가 부족하다는 뜻으로 이것은 국제 자본 시장에서 꿔 오든지 외국인투자(FDI)를 유치해 메워야 한다. FDI는 7월 말까지 68억달러에 그쳤다. 나머지는 빌려와야 하며 이는 외채로 쌓인다.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터키의 외채는 1640억달러로 이 가운데 1400억달러 정도가 민간외채로 FT는 추정하고 있다. 경상수지 부족분과 만기도래 외채를 합치면 220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터키 당국은 은행의 해외 자회사와 무역금융이 대분이라며 ‘경고신호’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외환보유액은 8월28일 현재 1306억7600만달러 정도에 그치고 있다. 단기외채 조차 갚지 못할 수준이다. 터키 중앙은행은 보유고는 환율방어에 쓸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결국 은행과 기업은 자력으로 빚을 갚아야 할 판국이다.

FT는 터키는 부족한 자금을 해외에서 꿔와야 하며, 터키가 어떻게 그런 거액을 지불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꼬집는다.

터키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는 있다. GDP규모가 7860억달러로 소규모 경제인 터키가 내수에만 의존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바바잔 총리는 지난 18일 연설에서 “소비와 정부비출보다는 수출이 견인차가 돼야 한다”고 밝힌 것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지출을 하지 않고 있는 민간기업의 기여가 절실하다.

터키 정부 관계자는 “민간부문 외채는 생산적인 투자에 쓰인 만큼 그 규모에 별로 놀라지 않는다”면서도 “경상수지 적자는 현행 6%에서 4~5%로 낮춰야 한다”고 말해 경상수지 적자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아흐멧 심섹 터키 재무장관은 지난달 19일 FT에 저축을 높이고 고용을 증대하기 위해 교육을 개선하는 것 외에 달리 방도”고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것들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들이다. 지금 당장 터키의 취약성 즉 막대한 경상수지와 거대한 외채는 생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급선무로 떠오른 경수지 적자 축소는 엄격한 재정준칙의 준수를 필요로 하는데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가 문제다. 수면아래 있는 민주화 요구는 경제를 나려버릴 시한폭탄의 뇌관이라는 점도 터키의 과제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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