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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정책 말고 일하는 정책 내놔라…'윤증현의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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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5년, 일자리 만들기에도 짧은 시간"

윤증현 前기획재정부 장관

윤증현 前기획재정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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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가난은 죄악입니다. 인간의 품격을 훼손하기 때문이에요. 국가 지도자는 그래서 늘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지향해야 해요. 새 정부도 우선순위를 잘 가려야 합니다. 복지처럼 '쓰면 사라지는 데' 말고 일자리 만들기 같은 성장의 발판이 되는 데 재원을 써야 해요. 지금 대한민국은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11일 여의도에서 만난 윤증현 전(前)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계적인 경기 둔화 속에 복지 확대를 말하는 새 정부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를 '교과서적으로' 되살려놨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여성대통령이 탄생할 만큼 정치 수준이 향상됐다"고 반기면서도 "세계 경제가 추락하고 주변 열강의 정권이 바뀌는 지금 혈세를 소비성 지출에 낭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뜨거운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 문제를 두고도 "추경을 하느냐 마느냐보다 재원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선출을 새 정치의 출발점으로 봤다. 그는 "가부장적인 문화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는 건 기성세대 남성들이 여성을 지도자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라면서 "정치적으로 상당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윤 전 장관은 그러면서도 "인수위원회 인선 잡음과 불통 논란은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는 "전문성을 중시한 건 바람직하지만, 인수위에는 차기 정부에서 일할 사람들이 들어가 시행착오를 줄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밀봉인사로 대표되는 불통 논란을 두곤 "조용한 인수위를 지향하는 뜻은 알겠지만, 공직에 있는 사람은 국민과 만나는 접점인 미디어를 두려워하거나 경원시해선 안 된다"면서 "미디어를 통한 여과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새 정부의 선결 과제는 "첫째도 둘째도 일자리"라고 했다. 윤 전 장관은 "하우스푸어도 문제이고 가계부채 해결도 급하지만, 5년은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실업을 해결하기에도 짧은 시간"이라면서 "일자리 만들기에 온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일자리 문제는 5년이라는 짧은 임기 안에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자면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강성 노조의 보호를 받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이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공생할 수 있도록 근로 시간과 임금을 양보하고, 근본적으로는 대학 구조조정으로 지나치게 높은 대학진학률을 낮춰 대졸 백수를 양산하는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부채 해소를 위한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이나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 공약이 자칫 도덕적 해이를 부를까 우려하기도 했다. 윤 전 장관은 "성실하게 원리금을 상환해온 사람들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 "빚 탕감 정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과거 농가부채 탕감이나 8·3조치 등이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복지 확대에 대한 걱정도 컸다. 윤 전 장관은 "필요하면 추경을 할 수 있겠지만, 성장 동력이 꺼진 이 때 복지 같은 소비성 지출에 재원을 쏟아붓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정의로운 복지론'을 폈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저소득층 의료비 2800억원을 깎고 잘 사는 집 아이들 보육비와 등록금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정말 가슴이 아팠다"면서 "이건 우리 사회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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