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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 와인'에서 '모던 컬트 와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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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희귀하고 값비싼 와인 컬트 와인에서 모던 컬트 와인이 분화했다. 분화했다기보다는 새롭게 정비했다는 것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갈수록 고급 와인을 찾는 전 세계 와인 소비자들의 추세와 그에 따라 생산자 주목도가 높아지는 것을 반영한 새로운 방향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와인을 즐길 때 좀 더 많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 나파밸리 와인, 금융인 전문가 시리즈 '더 뱅커' 라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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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갈수록 와인을 많이 마실 것 같았지만 도리어 전 세계 와인 판매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대신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사람들이 점차 질 좋은 와인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와인을 감별하는 소비자의 눈이 점차 예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갈수록 고급 와인을 찾는 소비 추세와 그에 따라 생산자 주목도가 높아지는 것을 반영한 새로운 방향. 희귀하고 값비싼 와인인 컬트 와인에서 모던 컬트 와인이 분화했다. 분화했다기보다는 새롭게 정비했다는 것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모쪼록 와인 수입업자와 소비자는 와인을 즐길 때 좀 더 많은 즐거움을 누려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정립하고 있다.

세계 양조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이것은 갈수록 가격 대비 질이 좋아지고 있다는 애기다. 그리고 '어지간해서는 크게 실망하지 않을 가격대'라는 것이 하향 조정되었다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더 이상 가격과 질로는 승부를 보기에는 홍보 마케팅에 한계가 있다는 것, 그만큼 홍보 마케팅이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바이오 다이내믹스(별자리를 고려해 씨 부리는 시기를 고려하는 식의 농법이다)나 유기농 와인과 같은 와인이 유독 강조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치열해지는 홍보 마케팅에도 둔감한 와인 메이커들은 있기 마련이다. 이들이 생산하는 와인을 새로운 카테고리로 정리하겠다는 것. 다소 길게 설명했지만 와인 메이커는 좋은 와인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그러한 와인을 발굴해 소개하겠다는 것, 와인 수입 업체 씨에스알(CSR)의 생각이다. 이들은 그들이 소개하려는 와인을 ‘모던 컬트 와인’이라고 정의한다.

▲ 유명 작가들의 그림으로 라벨을 만드는 아무즈부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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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 와인이 있다. 소량 생산되는 부티크 와인에서도 더욱 소량으로 선보이는 와인. 그래서 줄 서서 대기해 마셔야 하는 와인을 컬트 와인이라고들 했다. 이 컬트 와인이란 말은 ‘와인스펙테이터’와 같이 저명한 와인 관련 잡지에서 다루던 용어가 자리 잡은 것이다. 80년대 중후반에 등장해 90년 초반에 정착한 단어다. 정작 와이너리에서는 썩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다. 이렇게 카테고리를 만들어 정립한다는 건 일면 획일화라는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이 위험수를 감안하고 와인수입업체 씨에스알이 앞서 모던 컬트 와인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간 국내에 들어오지 못했던 다양한 가격대 새로운 와인, 특히 프리미엄 부티크 와인과 다양한 가격대의 질 좋은 와인들을 독점 수입해 공급하고 있다. 이들은 값비싼 컬트 와인을 많이 들여오고 있기 때문에 내로라하는 고객 리스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지난 해 이건희 회장이 자신 칠순 기념 만찬에서 그룹 사장단에게 선물한 씨네 쿼 논 레이블스가 작은 와인 수입업체를 통해 들여온 와인이라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청담동 위주 파인다이닝을 통해 만날 수 있고 소비자가 5~6만원대에서 100만원대까지 소개하고 있다.

다시 돌아가 모던 컬트 와인. 이것은 어떤 필요에 의해서였을까. “일부 와인 메이커들을 만나보면 가치 지향적이지 않다. 그저 좋은 와인 하나만 생각한다. 의도에 의해 와인을 적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와인을 생산하다보니 적은 와인이 나오는 식이다. 이러한 생산자의 마음을 읽고 좋은 와인을 소개하고 싶다.”박지광 씨에스알 마케팅팀 이사의 말이다. 컬트 와인이 떼루아라고 하는 생산 지역에 방점을 둔다고 하면 모던 컬트 와인은 그 지역에 기초하되 생산자의 능력, 마음을 따진다고 해야 할까. ‘어디’ 와인이냐가 아니라 와인을 ‘누가’ 만드느냐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이것은 전 세계 와인 소비자들이 와인을 섬세하게 감별하려는 추세와 궤를 같이 한다.

▲ 씨에스알에서 수입하고 있는 롱그독 루즈, 롱그독 블랑

▲ 씨에스알에서 수입하고 있는 롱그독 루즈, 롱그독 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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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특이한 것 두 가지, 60% 가량이 미국 와인이다. 그리고 와인을 선별하는 기준이 까다롭다. 어째서 미국 와인일까? “처음부터 미국 와인에 많이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 와인이 워낙 개방적이다. 유럽과는 조금 상반되는 분위기다. 유럽에 있던 능력 있는 와인 메이커들이 미국에 많이 건너갔다고 이들이 미국에서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뜻을 펼치면서 좋은 와인이 많아졌다. 높은 점수를 받는 와인도 많아졌고. 유럽 스타일에 깊이를 지니면서 좀 더 창조적인 느낌. 그러다보니 그렇게 됐다.”

두 번째 와인을 선별할 때의 까다로움이다. “우리는 현지에 건너 가 와인을 테이스팅하지 않는다. 현지에서 마시는 것과 그것이 국내에 들여왔을 때의 와인은 차이가 있다. 마치 밭에서 막 따서 먹은 채소와 국내에 들여와 맛 본 채소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현지에서 테이스팅을 위해 특별히 더 좋은 와인을 구비해 내오는 경우가 다반사니 객관적인 테이스팅을 위해 가능한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게 테이스팅하고 그 다음으론 라벨을 중요시 한다” 라벨에는 생산자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이를테면 와인을 향한 애정도와 관심을 읽을 수 있다. 라벨은 와인을 수입해 유통시키려는 업체에게 중요한 얼굴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라벨은 정신이나 다름없다. 만드는 이의 문화 예술적 미감이 응축되어 있다.”고 박지광 이사는 덧붙인다.

모던 컬트 와인은 와인이 정신적으로 향유할 대상이라는 것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세우고 있는 모던 컬트 와인이란 이름은 어떤 면에 있어서는 무척 획기적인 유통 프레임이라고 할 만하다. 와인 생산자의 미감을 공유하는 지점, 모던 컬트 와인이란 방향의 제시는 최근 국내 와인 시장에서 가장 설득력 있고 영민한 마케팅 전략으로 기록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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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 눈으로 즐기는 와인
부켈라 Bouccella Carbernet Sauvignon 2008
열정적인 가족 기업 와이너리가 부티크 와인으로 소량 생산하는, 모던 컬트와인의 선두주자라 할 와인이다. 라틴어로 '양질의 와인'을 뜻하는 부켈라는 '입에 꽉 찬' '맛있는'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눈에 띄는 라벨의 붉은 인장은 테이스팅에 쓰이는 따스테방(와인을 맛보는 컵)에서 모티브를 따 온 것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이 지인들에게 선물한 와인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아뮤즈부셰 Amuse Bouche 2008
나파 밸리의 여왕이라 할 정도로 스타 와인 메이커인 하이디 바렛(Heidi Barrett)이 만든 와인이다. 귀족적이면서도 우아한 타닌이 인상적이며 풍미가 뛰어난 와인이다. 워낙 극소량만 생산하기 때문에 그녀의 메일링 리스트에 오르지 않으면 구매하기 어려운 와인이기도 하다. 라벨은 앤디워홀을 비롯한 유명 작가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 좌측부터 부켈라, 아뮤즈부셰, 파비아, 라 막달레나

▲ 좌측부터 부켈라, 아뮤즈부셰, 파비아, 라 막달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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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아, 라 막달레나 Favia, La Magdalena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을 생산하는 애니파비아(Annie Favia)와 앤디에릭슨(Andy Erickson)이 만드는 와인으로 극소수 와인 마니아들에게나 알려져 있다. 하얀색의 와인 라벨은 포도 꽃망울이 터지기 전 그 크기 그대로 양각했다고 전해진다.






채정선 기자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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