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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雨期) 앞둔 매몰지… 허술한 관리책에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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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없다”는 정부… 매몰지 곳곳에서 신음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장마를 앞두고 구제역 매몰지에 대한 2차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환경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은 “문제가 없다”는 일관된 입장이다. 하지만 집중호우로 인해 매몰지가 무너지거나 지반침하가 일어날 경우 구제역보다 더 심각한 환경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매몰지를 이설하기로 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예년보다 이른 장마로 매몰지 긴급점검에 나선 곳도 다수다. 하지만 전국 4200여개에 달하는 매몰지를 꾸준히 관리하는데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게 지자체들의 속내다.
◇“수십년 맡아온 똥냄새 모를까봐”

지난 1월 구제역으로 인해 150여마리의 소를 땅에 묻은 충북 진천군 사곡리 일대. 이곳 주민들은 요즘 생활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매몰지 인근 도랑에서 악취가 진동하는 탓이다. 농사 짓기도 쉽지 않다. 매몰 이전보다 탁해진 물을 끌어쓰는데 한계가 있다는 게 농민들의 설명이다. 이 일대 한 농가 관계자는 “(도청과 군청에)항의전화도 수십차례하고 재검사도 요구했다. 그런데 냄새는 분뇨 탓이라고 아무 문제 없다더라”며 “아무렴 내가 소똥 냄새를 구별하지 못할 것 같으냐”며 항변했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지자체들의 주장과 달리 이달초 시민환경연구소는 침출수에 의한 오염 실태를 발표했다. 경기도 포천과 안성 그리고 충북 진천 매몰지 현장에서 침출수에 의한 오염을 확인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한 후유증이다. 일부에서는 배수로조차 제대로 설치하지 않는 등 형식적인 공사가 이뤄졌다. 매몰지내에 빗물이 대량으로 유입되면 침출수 유출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구제역 확산 우려로 매몰에만 급급해 매몰지 선정에 신경쓰지 못한 것도 문제다. 환경부 지침에는 하천으로부터 30m이상 떨어질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구제역 매몰지 가운데는 30m이내인 경우도 100여곳이 넘는다. 안이한 대응이 총체적 부실을 키운 셈이다.

◇사라진 사후관리… ‘현장점검’이 전부

정부의 허술한 사후관리 대책도 불안감을 키웠다. 지난 2월 정부는 IT센서를 활용해 매몰지를 24시간 감시하겠다는 관리대책을 내놓았다. 침출수가 토양이나 지하수로 유출되면 축산농가와 해당 지자체, 중앙정부까지 확인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 대책은 한달만에 백지화됐다. 4000여곳이 넘는 매몰지에 고가의 장비를 설치하는데 너무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매몰지별로 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관리하겠다고 꺼내든 ‘매몰지 관리자 실명제’도 흐지부지다. 구제역 확산은 종식됐지만 장마로 인한 침출수 오염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관리 소홀이 지적받는 이유다. 특히 일부 지자체의 경우 담당 공무원을 찾는 기자의 전화에 담당자가 따로 없다는 대답은 물론 관련 내용을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연결하는 것도 부지기수였다.

결국 지금 운영되고 있는 우기 대비 매몰지 관리책은 각 지자체들이 실시하는 현장점검이 전부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역시 형식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침출수 오염은 없다”는 환경부의 공식발표로 해당 지자체들이 결과를 따라가고 있는 탓이다. 원자력연구소의 검사방법을 사용한 시민환경연구소의 침출수 오염 결과를 환경부가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도 대응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도현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은 “구제역 발생부터 지적된 초기대응 미흡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더 큰 환경재앙이 우려되고 있다”며 “예산, 인원 부족으로 사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도 적극적인 실태조사에 나서야한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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