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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 대한민국 기부문화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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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가 발전하면서 삶의 수준이 안정적 단계로 상향 조정 될 수 있음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이자 희망이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수준이 안정적으로 될 개연성은 자연스레 커진다. 물론 상대적 개념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못 살던 나라에서 세계 10위권 무역국가로 성장했다는 것은 인상주의 비평에 의한 오리엔털리즘적 시각이다. '역사가 없는 나라'로 내몰리는 수많은 제3세계의 경우와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체성을 단순 비교하려는 시각이 과연 객관적 타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평가는 자명하다.
우리나라가 교역 물량에서일지라도 지구촌 중심국가들 가운데 하나로 부상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입국이며 개발원조위원회(DAC)의 회원국으로서 글로벌 차원에서 원조를 받는 나라가 아니라 어엿한 공여국으로서 세계의 빈국들을 도와 빈곤을 퇴치해야 할 의무국가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10위권 무역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원조 현황은 어떠한가. 수치로서 밝히기 부끄러운 정도로 미약한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는 기부와 원조에 대한 문화적 가치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서부터 문제의 원인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에서 기부와 원조는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전환한 국가로서 그 위상에 걸맞은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첫 사명이 됐다. 중요한 것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대상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 자체가 사회적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는 점이다. 제도라기 보다는 하나의 문화로 자연스럽게 정착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우리의 기부문화에 대한 규모나 수준에 대해서는 정확한 통계가 없다. 특히 국내에서 이뤄지는 기부 현황은 교육에 집중된 장학사업과 복지 차원의 기부, 그리고 재난에 대처하는 성금 형태의 구호가 대부분이다. 아울러 기부와 혜택의 경로와 과정, 그리고 집행 등의 투명성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기부문화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기업인이나 상류계층을 찾는 것이 아직은 흔치 않은 일이라는 점 또한 떠올릴 필요가 있다. 김밥 할머니의 성금을 상징적 위로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국가와 사회의 규모가 이미 대단히 커져 버렸다.
해외로 시선을 돌려보면 우리의 기부와 원조 문화의 수준이 금방 드러난다. 수치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DAC는 국제적으로 기부와 원조가 필요한 나라들을 대상으로 지원해야 할 선진 공여국가들의 모임이다. 여기에 가입한 한국이 2009년 제공한 전체 액수는 0.1%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유엔의 목표치처럼 2015년까지 0.25%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실현가능성이 낮아보인다.

그나마 최근에는 그 대상이 누구이든지 기부에 대한 문화적 가치에 대한 이해가 포괄적으로 확대되는 긍정적인 파장이 인지되고 있다. 재능기부를 얘기하며, 막연하게 기부를 가진 자들의 여유인 듯 오해했던 많은 이들의 공감과 동참이 현실의 얘기로 확장되고 있기도 하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특별한 공인으로 살아가는 연예인들의 선행과 기부 등은 흐뭇한 변화의 일단을 보여준다. 식사를 대접하거나 급식을 마련하고, 목욕 봉사와 말벗 봉사 등 '아름다운 가게'라는 이름처럼 아름다운 선행을 하며 새로운 감동과 공감을 체험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은 말 그대로 아름다운 일이다. 기부와 공여는 역사와 이야기가 있는 문화민족인 대한민국으로서 가꾸고 키워야 할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로서 정착돼야 할 가치 개념에 대한 공감이다.



우성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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